일상 #32 - 청도 운문사와 징검다리

"일상의 발견" 시즌 2

by 김기병

나의 할머니이자, 아이의 증조할머니는 올해 95세이다.


할머니는 경북 청도군 금천면 임당리에 살고 계신다.


아직도 안경 없이 성경책을 읽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르고~

돋보기 없이 바늘에 실을 꿰는 것도 문제없다고 하신다.


우리 할머니가,

이렇듯 건강하게 증손주들을 맞아주셔서 정말 다행이다!

내가 아이였을 적, 찾았던 이곳은...


그 세월의 흐름만큼이나 많이도 변했다.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파란색의 대문은... 회색으로 바뀌었다.


화장실의 위치도 변했고,

그 옛날 나를 반겨주던 강아지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추억의 공간은...


'시끌벅적' 아이들의,

'깔깔깔' 웃음소리로 가득 채워진다.



나의 어머니의 유년 시절이 있던 곳,

아이들의 증조할머니가 현재 사시는 곳 주변을 살펴본다.


때로는 빨리 달리면서,

한편으로는 천천히 걸어서...

어라?

청도 운림 고택이란 곳이... 예전에도 있었던가?

이 고택은 조선 후기 내시 정3품 통정대부 김일준이 낙향 후 지은 집으로,

조선 가옥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고 한다.


국가민속문화재 제245호로 2005년에 지정되었다고 하니,

내가 어렸을 적에는 찾을 수 없었던 곳이다.


40년 전 어린 나에게 용돈을 주셨듯이...


95세의 증조할머니는 쌈짓돈을 꺼내어,

증손녀들에게 용돈을 주신다.


"증조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할머니를 뵙고 돌아가는 길에,

멋진 징검다리를 만난다!


운문댐 징검다리는...


S자 모양으로 휘어진 독특한 디자인으로,

동창천 양쪽 둔치를 연결하며 길게 이어져 있다.

탁 트인 잔디밭과 출렁이는 강물에,

가슴이 다 후련하다.


징검다리의 멋진 풍경을 손주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던,

할머니의 선택은 정말 옳았다!

2월 중순의 기온이 15도가 훌쩍 넘어,

겨울이 설 자리를 잠시 잃었지만...


아이들은 좋아하는 징검다리를 마음껏 거닐며,

미리 오는 봄기운을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운문사이다.


운문사는 신라 진흥왕 시기인 560년에 창건된 이래,

여러 차례 중건을 거쳐 오늘날까지 보존된 역사 깊은 사찰이다.

오랜 세월을 이겨온 입구의 고목은,

마치 팔을 벌려 우리를 안아주려는 듯...


큰 가지를 활짝 벌려 아이들을 반긴다.

그럼 어디 한번 사찰 내부를 구경해 볼까?


큰 조카는 핸드폰을 뽑아내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과연 우리 조카는 운문사의 어떤 풍경을 예쁘게 담아내었을까?^^

앗! 무슨 소나무가 저렇게 생겼어??


운문사의 처진 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80호로,

가지가 아래로 축 처진 희귀한 소나무다.

높이는 약 9m, 둘레는 3.8m로 국내 최대 규모이며,

수령은 500년 이상으로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다.


이렇게 멋진 곳에선 사진 한 장이 빠질 수 없지!


자~ 얘들아...

할아버지랑 처진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 한방 남기자^^

처진 소나무는,

고승이 시들은 가지를 꽂아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스님들은 지금도 매년 봄·가을에 막걸리를 뿌려주며,

나무에 영양을 공급해 준다고 하니...


ㅋㅋ 역시 사람이건 나무건 오래 살고 볼일이다!



운문사는 그 규모만큼이나,

사찰 내 아름다운 곳이 많다.


바쁘게 지나칠 땐 미처 보지 못한 풍경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지니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금빛 불상이 보여,

잠시 경건한 마음으로 합장도 해보고...

누군가의 소원들로 채워지기 시작한 작은 터널에서는,

아버지의 모습을 남겨본다.

절의 겨울 풍경이 고즈넉하다.


천천히 경내를 거닐다 보니,

수레바퀴 형상의 조형물과 돌로 된 담장이 눈에 들어온다.

수레바퀴 형상의 법륜상(法輪相) 속 부처님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아~ 돌담의 돌들이 대각선으로 엇갈려져 쌓였구나...

이 돌들을 스님들이 직접 모아 쌓았다고 하니,
그 정성이 모여 이렇듯 멋진 담이 만들어진 것이겠지!


다시 왔던 길을 돌아 나오며...


부모님의 사진을 캐리커쳐로 그려달라고,

제미나이에게 요청했다.


그리고 우리 귀여운 막내의 모습도^^

날개까지 솟아난 걸 보니,

역시 우리 막내는 천사가 맞았구나^^;


걷는 시간이 길어지니,

아이들이 칭얼대기 시작한다.


이런... 그 와중에 큰 조카가 벌레에게 물렸단다TT


이제는 운문사를 떠날 시간이다.


2026년, 경북 청도의 운문사는...


그 긴 역사만큼 좋은 추억으로,

우리 가족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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