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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DBD Apr 18. 2023

aesop '레저럭션 아로마틱 핸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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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핸드크림을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사람이 있다. 바로 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남보다 조금 더 많은 손의 땀 때문에 따로 보습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춘기의 여드름 난 학생들도 성인이 되며 점점 옅어지듯, 손의 땀 역시 나이가 들면서 점차 마르기 시작했다. 손이 건조하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손을 씻고 핸드크림을 바르는 친구를 보며 신기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했는데 이젠 내가 겨울만 되면 그러고 있다.


처음에는 방에 굴러다니던 자몽 향의 핸드크림을 발랐다. 건조함은 금방 가셨지만 어쩐지 기름을 칠한 듯 미끌거리는 느낌이 내심 불쾌했다. 핸드폰 액정에 지문 검사를 하러 온 사람처럼 선명히 남는 자국까지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이미 지문은 손 땀으로도 많이 새겨봤으니... 그래서 생각했다. 아 어디 좀 건조한 핸드크림 없나? (모순)

 


있었다. 보습을 위해 만들어진 핸드크림인데 건조하지 않은 모순적인 문장을 완성시켜준 제품이. 이솝의 유명한 분홍 핸드크림, 레저럭션 아로마틱 핸드 밤은 유분기를 최소화해서 손에 남는 끈적거림은 덜하고 보습은 충분하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다.


사실 구매하기 이전에 제품 사진은 워낙 많은 곳에서 봐와서 특별할 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시기에는 대다수 20대 여자들이 사용하는 핸드크림이었고, 레모나 향 같은 게 난다는 특징 외에는 알고 있는 정보가 전무했기 때문. 하지만 본격적으로 유분기 없는 보습제를 찾다 보니 20대 여성이라는 틀에 속한 나를 최종적으로 인도해간 곳도 결국 이 핸드크림이었다.


실제로 손에 발랐을 때 다른 핸드크림들보다 확연히 유분기가 적은 편이다. 물론 처음에는 부드러운 발림성 때문에 유분이 남아있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1분 이내에 휘발되기 때문에 조금 더 뽀송한 손을 가질 수 있다. 보습은 수치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손에 땀이 많은 나의 기준으로는 한 번 바르고 3~4시간은 넉넉한 정도? 핸드크림을 너무나 사랑하는 친구는 같은 제품을 2시간에 한 번씩 덧대바른 걸 본 적도 있어서 개인 차는 분명히 존재한다.


보습만큼 핸드크림에 있어서 또 중요한 점은 단연 향기가 아닐까. 향기는 또 다른 자아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이왕 바르는 거 좋은 향이 나면 좋겠다는 생각에 구매 전 시향 테스트에서 얼마나 코를 킁킁댔는지 모른다. 사실 향기는 텍스트로 설명하기 난해한 부분이 있지만 빅데이터를 이용해 많은 소비자의 공통된 의견을 모아본 결과, '레모나향'이 가장 비슷하다고 본다. 레모나에 허브가 조금 더 가미된 느낌. 전반적으로 포근한 향기라서 겨울은 물론 봄에도 상당히 잘 어울리는 향기다.


실제 제품 소개란에도 주요 향기로 '시트러스, 우드, 허브' 세 가지가 메인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처음에 주요 향 성분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평소에 우드나 허브 계열은 좋아해도 코를 톡 쏘는 시트러스 향은 그닥 선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솝의 레저럭션 아로마틱 핸드 밤은 시트러스 했을 때 떠오르는 강렬하고 톡 쏘는 향보다는 레모나의 상큼함이 더 가까운 편이라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품 디자인 역시 상당히 심플하고 간결하게 잘 뽑아냈다. 실제로 다른 코스메틱 브랜드의 모티프가 될 만큼 이솝을 상징하는 간결하고도 매력적인 디자인은 여러 핸드크림 중에서도 많은 사람의 손을 감싸주기에 충분했다. 사실 언뜻 보면 쭈글쭈글한 튜브 형태가 지저분해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마저 자연스러움으로 승화해버리는 점이 개인적으로 놀라웠다. 그래서인지 유독 레저럭션 아로마틱 핸드 밤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보면 완전히 쪼그라들어 비틀어질 때까지 사용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친구도 그랬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대표 이미지로 처음 구매했을 때 빵빵하고 반듯하게 채워져 있는 모습이 아닌, 완전히 비틀린 이미지가 선정되어 있다. 처음의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사용하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 비틀림마저 디자인이구나- 하고.


용량도 생각보다 많은 편이어서 나는 구매 후 한 번의 겨울이 지났는데도 아직 절반도 쓰지 못했다... 물론 남들보다 덜 쓰는 편이긴 하지만 한 번 바를 때 그리 많은 양이 필요하지 않아 오래오래 두고 사용할 수 있다. 그런 부분까지 생각한다면 31,000원이라는 가격 역시 스몰 럭셔리로 구입하기에 부담 없는 수준이다.


보습은 해야 하지만 유분기는 싫을 때. 보송하게 손을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이솝 레저럭션 아로마틱 핸드 밤 덕분에, 매번 새 겨울을 맞이할 때마다 점점 더 건조해질 내 손은 아직 매끄럽고, 매끄러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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