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함이 곧 과분함

오늘을 기록하는 이유

by 메모리아

사람은 잃고 나서야

당연했던 것들의 귀함을 깨닫는다.

나는 조금 일찍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에도

괜스레 고마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최근, 그 괜스레 고마운 마음이 들었던 하루가 있었다.

남편의 직장 동료 결혼식에 가던 날.

차 안에서 이상한 기분이 스쳤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우리가 축하를 받았는데,

이제는 축하를 건네러 가고 있었다.


그 순간,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이 이상하게 낯설었다.

마치 내가 너무 빨리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바쁜 하루들 속에서 바쁨을 핑계 삼아

당연한 것들의 귀함을 잊고 살았구나.

눈을 뜨고, 숨을 쉬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사소하다 여겼던 그 모든 순간이

사실은 모두 과분한 선물이었구나.”



무력한 날에도,

어제보다 나아진 게 없어 보여도,

그럼에도 나는 오늘을 기록한다.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조금씩 도약하고자 애쓰는 나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사소한 기쁨과 슬픔이 쌓여 하루가 되고,

그 하루가 쌓여 삶이 된다.


그렇게 쌓인 시간들은 기억이 되어

언젠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눈부시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의 이 평온이

누군가에겐 간절히 바라는 내일일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소한 하루를, 과분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평범함 속에서 감사하고,

감사함 속에서 다시 나아간다.


그리고 내일도,

아주 작은 감사 하나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

이전 09화모닝커피, 소소한 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