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완벽주의자가 독서 습관 들였던 방법
게으른 완벽주의자, 무기력증, 일어나질 못하는 사람, 시작이 어려운 사람, 게으름뱅이. 모두 나를 수식하는 언어다. 나는 나의 게으른 습관인지 천성인지를 다루기 위해 재수 때부터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왔다. 이 이야기를 쓰는 이유도 '게으름'을 탈피하기 위해 많은 방법을 써오면서 나같은 사람에게 꽤 유용할 경험담과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 게으름은 어렸을 때부터 쌓인 잘못된 습관들의 결과물이었고 일상생활에 거대한 타격을 입혔다. 작게는 일어나지 못해서 학교를 빠지거나 공부를 안 하는 것부터 크게는 시험장에 늦고 미술 입시인데 붓을 안 챙기는 것까지 다양하다. 가장 절정을 맞았을 때는 고3 때였다. 나는 고등학생 때도 대학생인 지금도 1학년 때가 성적이 제일 좋았다. 딱 1년이 지나고나면 급격하게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고3 때의 내 모습을 본 할아버지가 "쟤 저래서 대학 갈 수는 있겠냐"고 하셨다. 나도 내가 망해가고 있다는 걸 분초 단위로 느끼고 있었으나 일어나서 공부할 의지가 부족했다. 그냥 내겐 모든 게 버겁고 힘들었다. 결국 난 재수 해서 대학 갔다. 그러나 대학교 때도 정확히 고등학교 때와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잦은 결석, 수업 중 취침, 공부 안 하고 시험보기. 나는 내 행동의 결과로 인해 선명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으나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한편으로 그냥 내가 게으르고 무기력한 건지 아니면 정말 좋아하는 걸 못 찾아서 그런건지 구분이 안 되고 헷갈렸다.
그래서 난 2021년부터 지금까지 나를 고쳐써보려고 크고작은 노력을 해봤고 거의 대차게 실패했다. 그중에는 지금까지 습관으로 남은 것도 있다. 그러나 4년이라는 기간 동안 여러가지 방법을 직접 시행해본 결과, 아무리 쉽고 좋은 습관이라도 2주 넘게 실천할 정도로 강력한 법칙이 되기는 힘든 것 같다 느꼈다. 아무리 쉬운 습관이든 지속하는 스킬도 필요하다. 지속하는 스킬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 내 기분과 컨디션을 잘 살피는 습관을 들여야 하고, 내 마음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 이 글을 여기까지 읽는 독자가 있다면 내 글을 모두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 필요하거나 흥미 있는 부분만 보고 해보고 싶은 부분만 취사 선택해서 가져갔으면 좋겠다.
만약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고 싶은 분이 있다면 나는 절대 노력하면서 책을 읽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첫페이지부터 읽을 필요도 없다. 목차에서 재밌을 것 같은 부분만 읽고 읽다가도 재미없으면 바로 덮어버리는 것이 좋다. 책 읽는 것이 노동이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언제부터 언제까지 책을 읽겠다든가 몇 시간 동안 읽겠다든가 정해놓는 것도 습관 들이기엔 좋지 않다. 한다면 '출퇴근할 때 지하철에서 가장 흥미가 가는 책 중 하나를 재밌어보이는 부분만 읽어본다' 정도로 시작하는 게 좋다.
나는 처음에 자기계발서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자기계발서는 강한 동기부여를 제공하고 무엇보다 재밌기 때문에 처음 읽기에 괜찮을 것이다. 사실 내가 처음 독서 습관 들이겠다고 고른 건 심리학 책이었는데 하루만 열심히 읽고 다음 날 부터 안 읽었다.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 그 활동은 가볍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가 좋은 이유는 책을 읽을 때 머리를 안 써도 돼서다.
내가 처음 읽은 자기계발 서적은 <생각정리스킬 (명쾌하고 생각하고 정리하고 말하는 방법)>이었다. 이걸 읽을 때 당시가 2022년으로 내가 막 2학년이 된 시점이었다. 당시에 나는 학보사에 막 영상팀으로 들어간 참이었고, 들어가서 처음 한 일은 유튜브 영상 아이디어를 발제하는 일이었다. 아이디어 발제부터 기획까지 난관의 연속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퇴근하는 4시경 쯤에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서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항상 머리가 아팠다. 그때는 책에 막 도전해보는 시기였는데, 어쩌면 내가 머리가 아픈 게 생각 정리가 안 돼서 그런 걸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머릿속을 정리해주는 생각 도구
그때 발견한 게 바로 <생각정리스킬>이었다. 나는 독서 경험이 별로 없을 때 이 책을 읽었지만 술술 읽힐 만큼 책이 어렵지 않고 재밌었다. 무엇보다 더이상 퇴근 후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책의 주내용은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들 소개다. 대표적인 것은 마인드맵, 로직트리, 만다라아트 등인데 알아두면 요긴하게 써먹기가 좋아서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싶은데 뭘 읽을지 모르겠다면 이 책도 괜찮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내가 처음 독서 습관을 들이기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책이기 때문에 조금 애정이 가는 책이다.
마인드맵은 한번쯤 들어보거나 사용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학창 시절에 선생님이 시켜서 사용해본 적은 있지만 내가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로서 효과를 인지하고 사용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옆에 보이는 사진은 당시 책을 읽고 학보사 업무에 책에서 말한 '만다라아트'를 적용해 유튜브에 올릴 소재를 브레인스토밍해본 것이다. 내가 느낀 바로는 만다라아트를 이용하면 특히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할 때 효과가 좋다. 또, 나중에 다시 보기도 편해서 아이디어 발산용으로 지금도 자주 사용하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3X3 표를 그린 후 가운데에는 주제를 적는다. 나머지 8개의 칸에는 그 주제와 관련된 키워드를 적는다. 그리고 8개의 키워드를 주제로한 3X3 표를 8개 만들어 확장시킨다. 이제 키워드는 각 표의 주제가 되고 이렇게 다시 8개의 표의 칸을 모두 채워주면 된다.
마인드맵은 아이디어를 발산할 때도 좋지만 말 그대로 생각을 정리할 때 효과가 좋았다. 글쓰기가 메타인지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마인드맵도 그렇다. 빠르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회의 들어가기 전에 한번 마인드맵을 하고 들어가면 내 근거를 한번 더 점검하게 되기 때문에 더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다. 시각자료로 쓰기도 좋아서 누군가를 설득할 때 보여주면 소통이 더 원활하다는 장점도 있다. 또, 마인드맵은 마구 엉켜 있는 내 생각을 시각화해주기 때문에 내 생각의 방향성을 한눈에 보게 해주어서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도록 도와준다. 나는 로직트리와 마인드맵을 구별해서 쓰지 않고, 마인드맵을 할 때 육하원칙을 더해서 로직트리로도 쓰고 있다. 이렇게 하면 마인드맵으로 생각을 발산하다가도 로직트리로 한번 다듬어줄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정리하자면 아이디어 발산에는 만다라아트, 생각정리에는 마인드맵, 생각 다듬기에는 로직트리가 효과가 좋다고 느꼈다.
당시에 나는 이런 방법들을 이용해서 보수적인 신문사에서 조그마한 개혁 하나에 성공했다. 한번 자기계발서를 읽고 효과를 보고나니 그 다음부터 유명한 자기계발서인 <미라클 모닝>, <타이탄의 도구들>, <아주 작은 습관들> 같은 것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도 집에서 읽을 의지는 안 됐고, 출퇴근할 때 끌리는 부분만 골라 읽었다. 그렇게 되니 어느 순간부터 지하철에서는 무조건 전자책을 읽어야 안심이 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심심할 때면 분야에 상관없이 집에서도 책을 읽게 됐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독서습관을 들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 했으니 다음 포스트에서는 자기계발서 따라하기 성공과 실패를 다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