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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오픈런

갈라섬의 컨베이어벨트

by 가을에 선 봄

어림으로 마흔 쌍이 전방 주시다

처음 앉은 법원 의자 살갑지 않아 눈 둘 곳 없다


고랑이 미간에 박힌 초로(初老)

호명(呼名)에 심란하다


한 쌍이 느닷없이 웃는다

초로가 본인 확인하던 와중에도

왁자지껄 그 쌍은 귀엣말

살 섞음의 여진이 있는 교신


서로를 외면하던 또 다른 남녀

미결(未決)의 주저함으로 가다서다한다


번호표대로 서세요


60평 남짓 서늘한 방 밖

헤어짐의 통보 건조하다


짝지어 살던 대로 섰고 일심동체처럼

다른 쌍보다 앞서려 어깨도 부딪힌다

쭈뼛하던 이도 본능인 듯 일사불란이다


죽어도 더 못 산다더니

돌아서면 혼자가 무섭다던 초로 몰랐고

그 원수의 사연도 알 턱이 없는

3자가 주문(主文)처럼 끝이란다


명품숍 대기줄처럼 지루한

나머지 서른여덟 쌍 남녀

낯빛보다 어두운 패딩에 턱 묻는다


결합엔 증인 필수인데 해체엔 목격자 필요없다

갈라섬의 컨베이어벨트 앞


기이하게 웃던 오픈런의 마지막 한 쌍

그 해 두 번째 내린 눈 앉은 골목길 손잡고 걷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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