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역사의 연결고리

강헌의 <전복과 반전의 순간, 음악사의 역사적 장면들>을 읽다

by Justin

명작. 그만한 표현이 있을까?


더 이상의 표현은 하지 못할 것 같다. 아니, 이 표현만이 독자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일 듯 하다.

'명작'. 이렇게 시원하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을 접한다는 것은 자주 가질 수 없는 행운이다. 인문학 어떤 책과도 견줄만한 수작이고 아마 음악사와 관련한 디테일한 부분에서 만큼은 근래의 들어 최고의 역작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밀려오는 느낌을 먼저 적어 보았다. 그 만큼 이 책이 나에게 준 감동과 지식적 교훈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이 책은 스스로 왜 이 책이 2015년 추천 책 순위에 드는지, 그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강헌이라는 음악 칼럼니스트의 존재 가치를 확실히 증명해 낸 것도 강헌이 주목한 음악의 역사적 장면들 만큼 나만의 독서와 글쓰기에서도 중요한 장면으로 여겨질만 한 것 같다.


지금까지 어떠한 책을 읽더라도 세상과 인간 삶을 연결시키는 것이 책을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의무로 생각했다. 그래서 호기심에 충실했고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노력했으며, 우리가 지나온 역사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은 것 하나에도 의미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책을 읽었다. 그로인해 개인의 삶이 조금은 힘들고 정신적 피로를 느낄지언정, 역사는 우리의 삶의 한 부분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을 즐겼으며 역사적 한 장면에서 스쳤던 감동에 즐거움의 몸서리를 치곤했다. 어쩌면 "가장 순수해야 할 예술 조차도 가장 현실 참여적일 수밖에 없다"는 나만의 논리에 대한 작은 실천이기도 했다.


예술사 그리고 음악과 역사에 대한 질문들


그동안 예술과 관련한 책들은 되짚어 보면 주로 미술분야가 많았다. 그만큼 미술사학에 대해서는 의미를 두고 연구와 실증이 이루어졌고, 역사와 연관지어지는 작품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다. 곰브리치의 역작이나 나의 미술적 시각을 넓혀 준 이주헌의 책들, 그리고 이여신의 교양적인 글들에서 미술을 자체로 보기보다는 당시의 시대상과 인간을 연결시키기도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미술관과 박물관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 오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더 많이 접하는 예술 또는 문화는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고전주의에 기반한 클래식에 대한 해설을 일부 제외하고 다양한 분야의 음악과 관련해서는 역사적 울타리 위로 상승시키는 글들을 찾아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대중음악이건 클래식이건 간에 음악작품의 해설자는 작품 자체를 바라보는 것에 그치고 작품의 배경과 역사를 연결시키는 거시적 담론을 애써 금기시 했던 것이 사실인 것 같다. 특히 우리가 가까이서 즐기는 대중음악이 기계적 장치에 의한 창조물의 대명사가 되면서 부터 그 음악 자체에 한정시킨 순수성(?)은 한층 더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서 '재즈, 로큰롤 혁명'과 '통기타 혁명', '모짜르트의 투정심'과 '베토벤에서 보이는 투쟁성' 그리고 식민지 치하에서 국민가요로 불리웠던 '사의찬미와 목포의 눈물 속 역사의 비밀'을 풀어 낸 책을 만난다는 것이 어찌 행운이 아닐 수 있을까? 저자 강헌을 tv 속 팝 컬럼니스트로만 여겨왔던 나의 음악적 무관심에 조금은 비수가 된 느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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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가 흑인들의 고통의 역사를 반영한 음악이며 주류 음악에 대한 반기로서 반항 음악으로서 로큰롤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정치적으로 문화적 헤게모니를 지키기 위해 기존 주류 음악과 얼마나 처절하게 싸워 온 결과물이었는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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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와 양희은, 한대수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포크음악이 정치적 억압속에서 어떻게 버티어 왔고 신중현이라는 걸출한 뮤지션이 이 땅에서 어떤 희노애락을 경험하며 현재 락 음악의 대부로 자리매김했는지, 그리고 그들의 문화가 미술과 패션, 다른 음악장르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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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새로운 정의에서 부터, 음악신동 모짜르트와 악성 베토벤의 음악적 취향과 그들이 지금까지 고전과 낭만주의를 아우리는 최고의 음악가로 추앙받는 이면에 그들의 생존기간에는 왜 주목받지 못했는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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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식민지라는 정치 문화적 혼란기에서 아무로 영향력이 없던 노래와 가수를 국민가요로 둔갑시키며 일본 엔카를 뛰어넘는 대중음악으로서 트로트를 어떻게 탄생시키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가장 순수한 것과 가장 정치적인 것 - 전복과 반전의 의미


어찌보면 아무런 의미없는 질문일 수도 있지만, 강헌이 주목하는 바는 오직 한 가지다. 대중음악에서 클래식까지 이어지는 음악의 역사속에서 숨겨진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며, 그것이 음악이건 미술이건, 아니면 예술의 범주건 간에 그것은, 인간의 삶과 연결된 것일 수 밖에 없고, 마르크스가 언급했던 것처럼 계급간의 투쟁이었다는 사실이다.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역사적 흐름에서의 반전과 전복은 조용한 세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뒤집고 바꾸고 새로운 '탄생'과 '소멸'에서 생기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사랑이라는 개인적 느낌에 충실한 음악이 순수하다는 주장을 내어놓지만, 그것이 지금의 주류음악이 되기까지는 기득권 음악과의 처절한 투쟁의 연속과정이 있었고, 가장 순수한 것이 가장 정치적이란 말처럼, 사랑 타령 역시 역설적이게 가장 무관심의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는 무의식적 의사표현임을 암시한다.


결코 돌리거나 우회하지 않는 강헌의 글솜씨는 반전과 전복의 제목처럼 읽는 이의 마음을 찌르고 베고 할퀸다. 그 생채기에 상처가 난다 하더라도 그것은 면역력을 키우는 작업이고 우리의 세상을 보는 눈을 뜨게 만드는 과정이라도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하다. 한 권의 책이 사람을 얼마나 변화시킬지는 모르지만, 한 권의 책이 사람을 얼마라도 변화시킨다는 절대적 가치를 증명한 책. 두고두고 보아도 좋은 책이다. 강헌의 두 번 세 번의 전복과 반전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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