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너, 일기, 복약일지 등 저마다의 기록방식
우리 가좍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루를 기록한다.
그중 가좍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게 있다. 바로 열매책이라는 것이다. 열매책은 일종의 플래너 같은 건데 좌 우측에 타임트래커가 각각 하나씩 있고, 가운데에 To Do List가 있다. 좌측에는 하루를 시간대별로 계획하고, 가운데는 할 일을 적고, 우측에서는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점검한다. 열매책은 주어진 시간과 할 일이 뒤죽박죽일 때 정말 유용하게 쓰인다. 게다가 자유롭게 일상의 기록을 구성할 수 있는 프리노트도 있다.
열매책을 쓰는 날과 안 쓰는 날은 달라
난 열매책 없이 못 살아
시바는 열매책을 적극활용하고 있다. 매일 밤 스페를 하면서 항상 열매책을 쓴다. 우리 가좍 중에 꾸준함으로는 1등일 것이다. 시바는 타임트래커나. To Do List를 잘 활용해 하루를 알차게 채우고 있다. 시바의 영향으로 나도 열매책을 쓰기 시작했고, 열매책의 단점을 한 가지 발견했다. 계획한 것을 지키지 못하였을 때 후회와 자책이 밀려온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열매책을 자꾸 쓰면서 계획과 실행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점차 받아들이게 되었고, 내가 하루를 체계적으로 생각해 놓는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해졌다.
한편, 시바는 열매책의 프리노트도 잘 활용하고 있다. 프리노트에는 하루 피드백, 지출, 필사, 일기 등 다양한 주제를 콘텐츠 삼아 기록한다. 그중 시바의 열매책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듣고 싶은 말’을 매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바는 주로 “사랑해” “오늘 수고했어” 같은 말을 쓴다. 열매책의 프리노트를 구성하기 어렵다면 시바가 쓰는 것처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두 번째로 가좍들이 많이 쓰는 것이 일기이다. 우리는 각자가 쓴 일기를 스페에서 낭독하며 서로에게 위로의 발을 건네기도 한다.
나만 볼 수 있는 혹이 생긴 것 같았어
어느 날 다을이가 읽어준 일기의 내용이 너무 공감되어 인용해 오게 되었다. 다을이는 이 일기를 병원에 다닌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썼다고 했다. '인풋 대비 아웃풋이 낮은 것이 내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는 문장을 일기에 쓰기도 했다고 한다. 나도 일기에 '난 눌러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고장 난 자판기 같다. 투자하는 것에 비해 돌아오는 게 없다'라고 쓴 적이 있어서 다을이의 일기에 엄청 공감했다. 아삭이는 지난날의 나를 돌아볼 수 있기에 일기는 자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는 한 가지 더 기록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바로 “복약일지”이다.
진료 시간에 의사 선생님과 복약일지를 보면서 이야기하는데 복약일지가 비어 있는 날을 보면 뿌듯해. 나에게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다는 의미가든.
복약일지에는 어떤 약을 먹었고, 하루 동안 어떤 생각을 했고. 요즘의 고민이나 통찰은 어떤지를 적는다고 한다. 사실 오늘 아삭이는 'ADHD가 호전된 스스로'를 상상하다가 갑작스러운 초조함이 밀려왔다. 안정된 현재가 무너질까 두려워했고, 그로 인해 ADHD 치료가 늦어져 ‘ADHD가 호전된 스스로’를 만나는 일이 또 미뤄지게 될까 걱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스스로 인지하고 복약일지에 이 내용을 써 내려갔다. 복약일지의 좋은 점은 바로 이것이다. 자신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해 준다는 점 말이다. 그래서 복약일지를 쓰는 아삭이를 보면 그것 또한 엄청난 자산이 되리라 생각한다. 스스로의 정신 상태와 사고 회로를 충분히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 가좍은 기록으로 하루를 남긴다 언젠가 오늘을 추억했을 때 우리의 하루를 또렷이 기억할 수 있도록, 많은 걸음을 걸어왔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도록 말이다. 이것들이 내일을 살아갈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