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신이 나를 유혹하는가?
“이달에 요리 강습 시작하지 않아요? 수요일부터 하는데 벌써 지났네!”
“강습 일정을 확인해 보세요.” 아내가 걱정하는 말을 듣고서야 생각이 났다. “이를 어쩌나! 첫날부터 빠지면 안 되는데.” 첫 수업을 놓쳐서 속상하면서도 마음이 나뉘었다. 핸드폰을 뒤적여 여성복지관에서 보낸 문자 안내를 찾으며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수업 일이 공휴일이라서 다음 주부터 시작 한 대요.” 나보다 먼저 강습 일정을 확인한 아내가 내 마음을 읽었는가? 한마디를 보탠다.
“준비물을 먼저 챙겨 놓으세요.” 아내가 앞치마와 뚜껑 있는 그릇 두 개를 주었다. 쇼핑백에 담다가 그릇 한 개를 내려놓았다. 욕심스럽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다.
“혹시 모르니 가져가 봐요.” 못 이기는 척 다시 넣고, 노트와 볼펜 한 자루도 담았다.
수요일 저녁, 다섯 시 반에 퇴근하고 여섯 시 반에 시작하는 수업에 참석해야 한다. 퇴근시간이라 길이 막히기 전에 서둘러 여성복지관에 도착했다. 주차장에서 과일과 구운 계란 등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강의실은 1층이지만 지하층 같았다. 레시피를 써 놓은 칠판 앞에 강사용 조리대가 있고 수강생용 조리대는 둘씩 세 줄로 칠판을 향해 있다. 수강생 두어 명이 보였다. 일찍 도착한 듯하다. 나는 모범생인 양 앞자리를 잡았다. 수강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열두 명, 함께 온 듯 보이는 청년 세 명 외에는 모두 6,70대로 보인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3명씩 한 조가 되었다. 나는 제일 앞줄 오른쪽 조리대에 합류하였다. 한 분은 나보다 젊어 보였고, 다른 분은 나보다 연배가 좀 더 있어 보인다. 앞치마를 두르고 어색한 서로를 보며 인사를 했다.
“드디어 첫 수업 일입니다. 오늘 수업은 아귀찜, 고추잡채 꽃빵입니다.” 초보 요리사 과정이니 요리의 기본기를 가르쳐 주려니 했는데 아니었다. 강의 계획서를 보니 매주 요리 두 가지씩 8주 동안 16가지를 배운다. 처음 요리를 접하는 남성에게 적합한 쉽고 맛있는 요리라고 한다.
강사가 먼저 시범 요리를 했다. 레시피는 크게 3가지 내용이 담긴다. 1. 재료, 2, 양념, 3, 만드는 법. 재료를 준비할 때는 양파나 고추를 써는 요령을, 양념을 만들 때는 계량스푼 사용하는 법 등을 가르쳐 주었다. 만들 때는 삶는 방법, 볶는 순서, 재료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는 법 등을 배웠다.
“궁금한 것은 그때그때 질문해도 좋아요.” 강사의 말씀에 용기를 내어 질문하고 메모하며 열심히 들었다. 시범 요리가 끝나자 플레이팅 하여 사진을 찍고 시식을 했다. 아귀찜이나 꽃빵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다. 맛은 알아야 하니 조금 먹어 보았다. 즐기지 않는 음식이지만 저녁을 먹고 오지 않았다면 더 먹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범 요리가 끝나고 실습했다. 시범 요리는 단순하고 쉬워 보였지만, 막상 직접 하려니 뭐부터 해야 하는지 막막하였다. 다른 이들은 벌써 조리 기구 선반에서 칼과 도마를 가져와 재료를 썰기 시작했다. 나도 칼과 도마를 가져오고 싶었지만 조리대에 자리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 조의 가장 젊은 분은 상당히 의욕적으로 실습에 임했다. 나도 열심을 내보지만 아무래도 동작이 굼떴다. 조원의 역할 분담은 정해진 것이 없었다. 누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다른 사람은 남은 것을 하면 되었다.
나는 필요한 조리 기구를 선반에서 갖다 주거나 사용한 그릇을 정리했다. 요리를 배우러 왔는데 보조만 하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뭐라도 해 보려고 볶는 것은 자청해서 해 보았다. 모두 합심하여 재료를 준비하고, 칼질을 하고, 양념을 만들었다. 재료를 볶는 순서가 바뀌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완성이 되었다. 실습한 음식은 나누어서 각자 가져온 그릇에 담아 가라고 했다. 아내의 말을 듣기를 잘했다. 요리가 두 가지라서 그릇을 하나만 가져온 사람은 한 가지밖에 가져갈 수가 없었다.
실습한 것을 집으로 가지고 왔지만 나는 맛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아내는 낯선 음식도 맛이 궁금하다며 거리낌 없이 먹는다. 둘째 딸은 육식을 좋아하지만, 콩을 빼고는 무엇이나 잘 먹는다.
“대박! 처음부터 아귀찜이라니!”
“우와! 맛도 좋다. 고추잡채와 꽃빵은 누구나 좋아하지 않나!” 둘은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칭찬 일색이다.
“당신도 맛을 좀 봐요. 만든 사람이 먹어 봐야지!” 옳은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요리는 남을 위한 것이니 내가 만든 음식의 맛을 알아야겠다.
"그래 먹어보자!"
식신이 나를 유혹하는가?
“어라! 먹을 만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