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교실은 처음입니다.
“여보, 커피 내릴까?”
주말 아침에는 내가 커피를 내려야 식사준비가 시작된다. 아내에게 식사 준비하라고 채근했다. 출근하지 않는 날이면 아침식사가 늦다. 평일에는 일어나기 힘이 드는데 주말에는 왜 그렇게 일찍 눈이 떠지는지. 나는 배가 고팠다.
“쉬는 날은 당신이 좀 차려요. 나도 주말에는 좀 쉽시다.”
커피 내리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내게 무엇을 하라는지. 아내는 일어날 생각이 없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내가 커피를 내리면 아내가 일어나 식사 준비하리라는 것을. 핸드드립을 할 때 풍기는 커피 향은 아내에게 기상나팔과 같다.
아내의 항변에도 나는 말없이 커피를 내렸다.
모두가 여유롭게 쉬는 날에도 식사를 담당하는 사람은 쉴 수가 없다. 코로나 팬데믹 때, 온 가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코로나 양성반응이 나왔다. 일주일간 자가 격리하라는 문자가 왔다. 며칠 동안 집안에서 함께 있었다. 시간에 맞추어 약을 먹으려면 식사부터 해야 한다. 아내도 환자이면서 밥을 짓고, 설거지하고 돌아서면 또 밥을 짓는다. 하루에도 세 번 ‘돌밥돌밥’했다.
아내의 로망 중에 하나는 휴일 아침에 내가 해주는 브랙퍼스트를 먹는 것이다. 직접 요구한 적은 없다. 듣다 보면 그런 느낌이 드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알아듣는 척해봐야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못 알아듣는 척 하지만 특별한 날에는 한 번쯤 그렇게 해주고 싶기도 하다.
아내가 모임에서 어느 회원의 자택으로 초대를 받았다. 모임에 다녀온 아내가 고급스러운 요리를 먹었다고 자랑했다. 아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음식이 아니었다. “그 요리를 모두 언니의 남편이 만들었대요!” 아내의 지인을 초대하여 손수 만든 음식을 대접하는 분은 어떤 분일까? 나도 요리를 할 수 있을까? 라면이라면 자신 있게 끓이지만, 요리한다고 할 수는 없다.
“당신 요리 한 번 배워 볼래요?” 아내가 뜬금없이 말했다.
“글쎄, 배우고 싶기도 하고.” 느닷없는 질문에 속내를 들킨 것 같아 말끝을 흐렸다.
“다음 달부터 여성복지관에서 ‘나는 초보 요리사’ 강좌를 실시한대요.”
“남성 전용 특강인데 선착순 모집이니 관심 있으면 신청하세요.”
“그럼, 당신이 좀 신청해 줘요.” 신청 절차를 모르기도 하려니와 관심이 없는 척, 아내에게 부탁했다.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응낙했다.
“본인이 해야 한대요. 여성복지관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부터 하고 ‘수강 신청’을 클릭하면 돼요.” 아내가 도와주려 했지만 대신 신청할 수가 없다고 했다. 내가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 듯 혹시라도 포기할까 봐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선착순 모집이라니 마음이 바빴다. 서둘러 신청했다.
<삼시 세끼>의 차승원이 요리하는 것을 보면 참 쉽다. 재료가 있는 대로 메뉴를 정하고 생각나는 대로 이것저것 양념을 섞으면 뚝딱 한 가지 음식이 완성된다. 마루에 쪼그리고 앉아서 칼질하는 모습이 조금은 궁상맞은 듯도 하지만 요리에 열중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언감생심 차승원을 꿈꿀 수는 없지만 축구선수만 볼 차나? 나라고 요리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마음을 강하게 먹어 보지만 걱정이다. 배우기를 좋아하지만 요리는 직접 하지 않으면 배운 것이 아니다. 핸드드립에 관심을 가졌다가 우리 집 전담 바리스타가 되었으니 요리를 배우면 전담 요리사가 되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