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 일기

2025년의 영화

by 빠른귀


올해는 정말 이상하리만치 극장에 자주 가질 못했다.

영화제나 각종 기획전도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가질 못했는데, 돌이켜보면 아쉽긴 했지만 잔병치레도 많았던 터라 그 시간에 집에서 좀 편히 쉬었던 게 옳았던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그냥 넘길까 했지만 무슨 영화들을 봤었나 궁금해졌다. 따로 별점을 매기거나 하진 않아서 영화관 관람내역을 뒤지면서 기억을 더듬어야 하고, 또 누군가에게 보여줄 목적도 아니라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한 해 관람기록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다른 해에 비해 많이 가진 못했지만 그래도 갈 때마다 괜찮은 영화들이 많았어서 극장에서 좋은 기분을 많이 느꼈었다. 사실 열 다섯 편이나 뽑을 생각은 없었지만 특별히 좋은 영화도, 또 특별히 나쁜 영화도 없었어서 그냥 마구잡이로 뽑아 보았다. 리스트를 매년 뽑는 것도 아니지만, 항상 뽑을 때마다 세우는 나름의 기준은 극장에서 올해 국내 최초 개봉한 영화들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물론 OTT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후로는 OTT로만 개봉한 작품들도 포함시키기는 했다. (아마 넷플릭스에서 <결혼이야기>와 <아이리쉬맨>이 공개되었던 해에 그랬던 것 같다. 두 작품 모두 독립극장에서 보긴 했지만, 점점 극장을 스킵하는 경우가 많아지다보니...) 이번 리스트에도 넷플릭스 공개작인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와 무비 공개작인 <다호메이> 두 편을 집어 넣었다.


올해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는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였다. 흔한 PTA의 영화라는 평도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다른 영화들에 비하면 확실히 높은 체급을 갖고 있었다. 정말 영화 잘 만든다. 이 영화를 비롯해서 영화들의 러닝타임이 부쩍 길어진 느낌을 받았다. 두 시간을 넘기는 작품들이 꽤 많았다. 사실 점점 짧은 영상들에 익숙해지는 것과 대조되는 양상인데, 나도 요즘은 두 시간 반이 넘어가면 조금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아바타> 같이 화려한 볼 거리로 찍어 누르지 않는 이상 사람들을 비용을 지불한 뒤에 상영관에 긴 시간 구속시키기 어려운 것 같다.


사실 리스트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개봉작 만큼이나 재개봉작을 보는 비중이 높았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포함해서 정말 다양한 예전 영화들이 극장가를 수놓았다. 새로운 영화에 도박을 거느니 이미 인정받은 안정적인 작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심지어 재개봉작은 티켓값도 다소 저렴하게 판매하니 수요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아이맥스나 돌비 등 특별관에 마땅히 걸 만한 작품이 없을 때, 특별히 하이엔드 포맷이 필요하지 않은 메인스트림 영화를 거는 것보다 재개봉작을 거는 게 확실히 좀 낫겠다는 생각은 했다.


내년도 기대되는 작품들이 많이 개봉하는 것 같다. 새해 다짐이 있다면 올해 보다는 극장에 더 자주 가야겠다. 그래도 아직 영화를 보는 게 즐거운 일 중 하나이다. 극장을 가는 일 역시 마찬가지이다. 올해는 조금 게을렀다는 걸 인정한다. 내년에는 더 많이 가고, 더 많이 보고, 또 더 많이 쓰는 한 해가 될 것을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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