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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리스위드유 Mar 21. 2024

동거부터 하고 보는 요즘 MZ들

구도시 (예비)신혼부부의 일상 4편


나와 은 만난 지 6개월 만에 동거를 하게 되었다. 이번 이야기는 꽤나 스무스하게 이뤄졌던 우리의 첫 동거에 대한 내용이다. TMI지만 그 배경에는 내가 일을 대하는 자세라던지, 쿨한 우리의 연애스타일이라던지, 문제의 원인을 발견하면 즉각 처리해야 하는 추진력이 있다. 이 배경들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해보려 한다.


창원남자 과 파주여자였던 나는 충남의 한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만나게 되었다. 나는 프로그램이 끝난 후 지역의 한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되었고, 은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창업을 하게 되었다. 각자 너무 바쁜 시간을 보내던 우리는 결국 동거를 선택하게 되었다.


먼데 가서 일하는 딸을 가진 부모님 억장 와르르 무너지는 소식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꽤나 그럴싸한 이유가 있었다고 자신할 수 있다.



나와 일을 떼어놓을 수단



내가 동거를 결정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일과 일상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회사에서 15분 거리에 살고 있었다. 지역 내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업무의 비중이 크고 지자체와 협업하여 일을 하다 보니 나의 생활반경은 나의 업무환경이었다.


당시 내가 일했던 회사는 일이 정말 많았다. 정직원이 2명이지만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업무들이 너무 많아 야근은 기본이었고, 쉬는 날에도 알아서 재택근무를 하고 주말에도 출근하기 일쑤였다. 갈아 넣으며 한 가지를 과업을 끝내고 나면 다음 해야 할 일들이 무섭게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컨설팅이나 대행하는 일들을 많이 하다 보니 대부분 기한을 맞추기 위하여 여유를 부릴 틈은 없었다.



물론 불행하게만 일을 한 것은 아니다. 대학시절부터 나는 다소 과한 책임감 때문에 맡은 바가 있다면 앞서나가 걱정하고 필요 이상의 열정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성취감으로 일의 재미를 느꼈던 나였기에 바쁜 나의 모습이 뿌듯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자려고 누우면 해치우지 못한 업무들을 생각하고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이메일들을 확인하느라 기절하듯 눈을 감았다가 뜨기만을 반복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집은 그저 숙박의 기능만을 하고 있었고, 일상 속에서도 일에 쫓기듯 사는 나의 모습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의 바쁜 일상에 우리의 연애생활도 영향을 받았다. 과 저녁약속을 하고도 감작스럽게 처리해야 하는 업무 때문에 약속을 취소하거나 미루는 경우도 많았고, 가까이 항상 있으면서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가끔 그가 운영하던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잠깐 정도였다. 서로에게 궁금한 것도 해주고 싶은 것도 많을 연애 초창기였지만 나의 상황을 알고 있던 은 하루 3번 카톡을 하더라도 집착하지 않는 참을성을 기르게 되었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과감하게 회사에서 30분 가령 떨어진 도시에서 집을 구하기로 결정하였고, 팀원들과 심지어 같이 살고 있었던 은 나의 근거들에 공감을 하였다. 그런 그에게 같이 살자는 제안을 하게 되었고, 우리는 그렇게 만난 지 150일 정도가 되었을 때, 동거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물론 타 지역에서 동거를 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마침 집 계약이 끝나가고 있었다거나 이 자차가 있어 출퇴근이 가능했다는 것도 있다. 그리고 월세나 관리비가 반일테니 부담이 줄어든다는 그런 이유도 있었긴 했다...



동거가 큰 일인가?


우리 서로가 동거를 흔쾌히 결정하게 된 데에는 동거를 관계의 발전과는 크게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쿨한 연애스타일 때문이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은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동거를 결정할 당시 을 특별히 더 가까운 룸메이트 정도로 생각했다.


이런저런 연애 다 해본 나는 20대 중반이 넘어가고 나서부터 상대방에게 큰 의지나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다. 당연히 밀당 뭐 그런 거 없이 솔직하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과 소소한 것들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연애가 좋았다. 빈과도 평소에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며 지냈고 가끔 집에서 데이트도 했었던 사이었기에 나는 우리가 동거를 한다고 해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바라본 의 성격 또한 그런 연애방식이 잘 맞는 사람이었다. 본인을 과시하거나 부풀리는 모습 없이 있는 그대로가 순수하고 밝은 사람이라 동거를 한다고 해서 나에게 실망을 하거나 소중함을 잃을 사람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나는 같이 살면서 서로에게 많은 부분들을 배우고 생각이 커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함께 살면서 나의 생활환경을 더 잘 관리하고 나를 챙기게 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같이 살아보니 몰랐던 부분들을 알아가면서 상대방을 더 알아갈 수 있어 재밌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는 그렇게 함께 1년을 살다가 각자 사는 삶으로 돌아갔다. 나는 회사를 퇴사하게 되어 파주에 있는 본가로 들어가서 살게 되었고, 빈은 서울에서의 취업을 위하여 신림의 원룸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가 무사히 동거 1년을 버틸 수 있었던 데에는 살림을 모르는 을 대신하여 좀 더 부지런했던 나의 노력과 하루 중에 반나절은 지랄 맞은 나의 성격을 받아준 의 노력도 있다.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면 차이가 있고 그에 따른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생각보다 희한한 사람이 참 많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그중에 맘에 들어서 만난 이 한 명과 맞춰가며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같이 사는 사람이 변기 뚜껑을 좀 닫지 않고, 물컵을 아무 데나 두고, 젖은 수건을 빨래통에 넣더라도 사는 데에 큰 지장은 없다. 나의 욕심을 좀 버리고 타협하면서 산다면 좀 더 평화롭고 덜 찡그릴 수 있는 일상을 만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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