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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픽처 Feb 03. 2022

미드나잇 인 마카오, 자정에 시작된 마법

나의 사적인 해외여행 기록

시계의 분침이 시침 뒤로 숨은 순간,
마카오에는 마법 같은 순간이 찾아왔다.



 세계문화유산이자 마카오 여행의 출발점이 되는 곳, 바로 마카오 세나도 광장(Largo do Senado). '세나도(Senado)'는 포르투갈어로 '의회'라는 뜻을 가졌다. 광장 바닥에는 포르투갈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물결무늬 타일이 깔려 있고 광장 주변으로는 아기자기한 파스텔톤의 건물들이 좌우로 늘어서 있어 내가 가보지 못한 리스본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 물결무늬 바닥을 따라가다 보니 세나도 광장부터 성 도미니크 성당을 지나 성 바울 성당 유적까지 연결되어 마카오의 밤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의 마카오 밤거리는 의외로 많은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산책을 나와서 무섭지 않았고, 오히려 낮보다 더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마카오 여행의 시작, 세나도 광장(Largo do Senado)


 1월의 마카오는 우리나라의 봄 날씨와 비슷했다. 반팔 티에 셔츠 한 장만 걸치고 밤거리를 걷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관광객으로 시끌벅적했던 이 거리가 밤이 되니 산책하러 나온 현지인들로 또 다른 활기를 띠고 있었다. 나도 카메라를 둘러메고 이들과 함께 여유로운 밤의 마카오를 만끽하였다.



성 도미니크 성당(Igreja de S. Domingos)


노란색 빛깔의 이 아름다운 성당은 세계문화유산이자 마카오 최초의 성당이다. 세나도 광장의 분수대를 지나 도보로 2분 정도만 가면 나온다. 이렇게 골목에서 코너를 돌기만 해도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마카오의 매력에 점점 스며들기 시작했다. 




아직 이루지 못한 포르투갈 여행에 대한 갈증을 마카오에서나마 풀 수 있었다. 특히 성 아우구스틴 성당이 있는 광장은 포르투갈 현지의 느낌이 물씬 나서 이곳에서 잠시 앉아서 그 분위기를 만끽하기도 했다.




 작은 광장이지만 마치 유럽의 작은 마을에 와 있는 듯 편안한 느낌이 드는 예쁜 곳이었다. 광장 바닥에는 포르투갈풍의 포석이 깔려 있고 운치 있는 가로등이 곳곳에 세워져 있다. 노랗게 물든 광장을 걷다 보면 내가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잠시 환상에 빠지게 된다. 정말.



마카오 성 바울 성당(Ruins of St. Paul's / ruinas de S. Paulo)


 마카오의 상징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성 바울 성당의 모습. 17세기 초에 이탈리아의 예수회 수도사들이 선교사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세운 곳으로, 35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완성되었다고 한다. 군 시설로 이용되기도 했던 이곳은 1835년 태풍으로 화재가 발생해 몸체가 소실되고 지금과 같이 앞쪽 벽면만 남게 되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바로크 양식의 정면 벽과 그 앞의 66개 계단, 벽면 뒤로 가면 납골당 등이 있다. 사실 성 바울 성당은 낮도 예쁘지만, 붉은 조명이 은은히 비추는 밤의 모습이 훨씬 멋진 곳이다. 이 계단에 앉아 기분 좋은 밤바람을 맞고 있으니 그저 좋았다.




<미드나잇 인 파리>가 생각나는
그런,
마카오의 밤이었다.



 성 바울 성당의 계단에 걸터앉아 사진을 찍다가 멍 때리다가 저절로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같이 여행 온 동생과 '좋다'를 연발하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1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우리는 여행의 순간을 음미했다. 인천부터 마카오에 오기까지의 험난했던 시간은 금세 잊혔고 현재의 여행에 충실한 순간이었다. 마카오의 공기가 참 달았던 기억이 난다.



해외여행의 가장 큰 묘미는 어둠이 찾아온 그 도시의 골목을 누비는 것.


 마카오는 면적이 크지 않아서 세계문화유산 유적들을 둘러보는데 몇 시간이면 충분하다.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이라 모두 둘러보지는 못하고 그저 발길 가는 데로 걷고 또 걸었다. 역시 골목은 북적북적한 낮이 아닌 밤에 걸어야 제맛이지 말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안타까운 건 홍콩이랑 마카오 여행을 묶어서 많이들 가는데 여유가 된다면 마카오에서 꼭 1박을 하길 추천!! 반나절 코스로 쓰~윽 훑고 가기에는 너무 아쉬운 곳이 마카오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득실거리는 낮이 아닌 여유로운 밤의 마카오를 보는 순간, 진정한 마카오 자유여행의 시작이구나 싶을 것이다. 그러니 마카오의 밤을 꼭 놓치지 마시라!




 마카오 시각으로 새벽 1시 반(우리나라 시간 2시 반)에 숙소로 돌아가는 길. 아쉬운 마음에 또 카메라를 들고 세나도 광장을 담아본다. 이 고요한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또 한참을 서서 바라보다가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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