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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픽처 Apr 03. 2024

갈 때는 이코노미, 올 때는 비즈니스

코로나만 끝나봐라. 진짜...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지면 가장 먼저 떠나고 싶은 곳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 스위스. 여름이든 겨울이든 계절은 상관없었다. 생각보다 그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2022년 6월의 어느 날, 전년도 회사 실적 덕분에 여름휴가 제도를 시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성수기 시즌에는 어디로 떠날 염두도 못 내던 여행사 마케터 시절, 여름휴가는 정말 꿈도 못 꿀 일이었는데. 살다 보니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싶었다. 이내 행복한 고민에 빠지고 만다. 어디로 떠나면 좋을까?

TMI. 다행스럽게도 2022년 여름부터 출입국 관련 규제가 조금씩 풀리면서,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물론, 공항과 비행기 안에서 마스크는 필수였지만.



문득 하나의 여행지가 내 머릿속을 스친다. 그래, 스위스가 있었지! 코로나 시절, 해외로 떠나지 못하는 나를 위로해 준 여행 프로그램 <세계테마기행>,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 봤던 스위스 기차여행이 생각나는 것이 아닌가. 바로 스카이스캐너로 들어가서 항공권 가격을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두바이 또는 이스탄불을 경유하는 항공권의 가격이 2.... 50만 원이라고?!?! 내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코로나 때문에 항공권 가격이 올랐다고 하지만 이렇게 비쌀 거라곤 생각도 못했기 때문. 이렇게 된 이상 대한항공 직항 스케줄을 검색해 본다. 400만 원............ 상상도 못 한 가격에 놀라움(ㄴㅇㄱ)을 감추지 못했다. 아쉽지만 스위스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그해 여름에는 괌으로 4박 5일 휴가를 다녀왔다.


갑자기 분위기 괌...? 인피니티풀에서 1일 1수영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후로 1년이 지났다.


정말 운이 좋게도, 2023년 여름휴가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2022년과 마찬가지로 연차 소진 없는 5일의 휴가(앞뒤 주말을 붙이면 무려 9일) 덕분에 다시 한번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1초의 고민도 없이 스카이스캐너로 접속하여 출발지는 인천, 도착지는 취리히로 설정한 뒤 검색하기 클릭. 여전히 비쌌지만, 작년과 비교해 2에서 1로 바뀐 앞자리 숫자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봤자 이스탄불 또는 두바이, 도하를 경유하는 이코노미 왕복 가격이 최소 180만 원 이상.


조금이나마 항공권 가격을 아끼려고 요리저리 스케줄을 조회하다 보니 기본 휴가 외에 최소 3일 이상의 연차를 붙여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눈치는 보였지만, 이때 아니면 스위스를 길게 다녀올 수가 없을 것만 같은 조바심이 들어 7/22(토) 인천 출발, 8/1(화) 인천 도착 스케줄로 티켓팅을 하고 만다. 그런데 휴가 기간과 겹쳐서 꼭 처리해야 하는 업무들이 생겨서 여행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 버렸다. 어쩔 없지. 쿨하게 결제 취소 버튼을 눌렀다. (취소 수수료에는 1도 쿨하지 못해...)


(결제 취소 누를 때 내 모습)


예상치 못한 상황에 스위스 여행을 포기할까도 싶었다. 하지만, 이미 내 마음은 비행기를 타고 스위스로 향하고 있었기에 다시 스카이스캐너부터 카약, 마이리얼트립, 트리플, 현대 프리비아 여행까지 온갖 OTA 사이트를 샅샅이 뒤졌다. (한 놈만, 아니 한 자리만 걸려라) 마침내! 현대 프리비아 여행에서 연차 하루만 쓰면 갈 수 있는 터키항공 7/21(금) 인천 출발, 7/29(토) 인천 도착 스케줄을 발견했다. BUT... 출발이 임박한 상황이라 220만 원이라는 티켓 값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때가 이미 7/18(화) 새벽 1시)


하루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 버린 상태라 여행 욕구가 0으로 수렴하고 있었는데 어떤 문구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돌아오는 스케줄의 수화물 제한이 40kg?? 이코노미가 그럴 없는데 하면서 살펴봤더니 'BUSINESS CLASS'라는 문구가 떡하니 적혀 있었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어서 항공편명으로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니 실제 탑승후기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유레카를 외쳤다! (이스탄불항공 라운지가 그렇게 좋다고? 오 샤워도 무료로 가능하다고?) 새로운 분야에서 1년 넘게 일하며 고생한 나를 위한 플렉스라고 여기고 '결제하기' 버튼을 눌렀다. 아니 누가 스위스행 항공권을 3일 전에 결제해?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냈습니다.

콘텐츠 내 모든 사진은 갤럭시 S23 울트라로 촬영했습니다.





갈 때는 이코노미, 올 때는 비즈니스


▶ 인천(ICN) 7/21 11:35 → 이스탄불(IST) 7/21 17:10
드디어 스위스를 가는구나! 우선 경유지인 이스탄불로 떠나는 터키항공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가장 기다렸던 순간! 먹음직스러운 비빔밥 기내식에 빠질 수 없는 하이네켄 캔맥주까지. 영어 자막의 탑건 매버릭은 덤.


▶ 이스탄불(IST) 7/21 20:20 → 취리히(ZRH) 7/21 22:20
(좌) 이스탄불 공항은 처음이라 구경만 해도 시간이 금방 흘렀다. (우) 3시간 경유 뒤에 무사히 취리히행 비행기 탑승 완료.
비빔밥을 내어 놓으란 말입니다... 파스타가 생각보다 느끼했지만 억지로 쑤셔 넣었다. 콜라마저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야.
기내식은 아쉬웠지만, 창 밖 너머로 보이는 석양과 손톱달에 금세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렇게 여행이 끝나고, 다시 한국으로


7일간의 스위스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원래라면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을 텐데 나에겐 터키항공 비즈니스 라운지와 좌석이 기다리고 있었다. 취리히 공항의 터키항공 비즈니스 라운지를 찾는데 좀 애를 먹긴 했지만, 무사히 도착. 아니 여기 천국이세요? 생맥주와 와인 무제한은 기본, 셰프가 바로 만들어주는 라비올리, 온갖 샐러드와 과일, 뜨끈한 국물에 아이스크림까지. 맛만 보려고 했는데 대실패. 결혼식 뷔페처럼 배가 터지기 직전까지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고를 반복하고 말았다.


그 와중에 전해진 소식. 이스탄불로 향하는 비행기가 한 시간 연착되었단다. 안돼!!!!! 나 이스탄불 공항에서 샤워해야 한다고... 비즈니스 뽕 뽑아야 하는데 이러면 내 계획(본인은 뼛속부터 P이다)에 차질이 생기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이스탄불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도 1시간 연착이 되었다.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


"아이고 터(키항공)사장~ 반갑구만 반가워요!"
취리히 공항의 비즈니스 라운지 99점 드립니다. (더 좋은 곳도 많겠지만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 취리히(ZRH) 7/28 18:35 → 이스탄불(IST) 7/28 22:30
웰컴 드링크 가뿐하게 원샷 때리고, 자리에 앉기 전에 좌석 인증샷도 남기기! (알고보니 한 칸 뒤에 앉았던 나. 원래 자리주인 등장해서... 쏘리 하면서 원래 자리로 옮김)
비행기 창문 2개를 쓸 수 있다니.. 역시 머니가 최고야. "머니머니해도 돈이~♬" (누가 30대 중반 아니랄까 봐 ㅋㅋㅋ)
비행기에서 마시는 알코올은 왜 이렇게 맛있는걸까? 기분탓도 있겠지만 화이트 와인 정말 마음에 들었다. 750ml 보틀로 서빙되었다면 다 마셨을지도 몰라.
여러분 이 알록달록 플레이팅 좀 보세요. 진짜 눈이 호강하는 애피타이저 비주얼! 와인 옆에 쌀푸딩이 진짜 꿀맛!
기분 너무 째져서 깨알같이 인증샷도 남겼다. 크게 보기에는 부담시러워서 메인 디쉬였던 치킨필라프 사진 끼워팔기 ㅎㅎ


라운지가 이렇게 커도 되나요?


이스탄불 공항이 정말 크기 때문에 비즈니스 라운지 찾는데 꽤 애를 먹었다. 블로그 후기 보고도 잘 못 찾아서 공항 직원분들에게 물어보면서 겨우 도착. 터키항공 라운지는 어마어마하게 컸고, 그 넓은 라운지가 사람들로 가득했다는 것도 놀라웠다. 생각해 보면 애매하게 음식+커피 먹는 것보다 라운지 입장권이 이득일지도? 거기에 와이파이도 공짜라서 더 좋았다. (이스탄불 공항 내 와이파이는 무료가 아니라, 여권을 키오스크에 스캔하면 1시간 이용권을 제공하는 형태) 다만 자정이 넘은 시간이라서 셰프들은 거의 퇴근한 상황이었고, 주로 샐러드나 과일 등 차가운 음식만 제공되고 있었다. (연착 1시간이 너무나 아쉬웠다) 그래도 대기 없이 무료 샤워실 이용을 잘 끝냈고, 아주 개운한 컨디션으로 장거리 비행을 꿀잠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으니 그걸로 만족.


예... 무사히 공짜로 샤워도 잘 했고요. 진짜 샤워하고 나오니까 피곤이 확 몰려왔음.
라운지 내에 다양한 콘셉트의 공간이 있었고, 그에 맞춘 인테리어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왠지 찍고 싶었던 음료 냉장고. ctrl+c ctrl+v의 연속!


▷ 이스탄불(IST) 7/29 01:50 → 인천(ICN) 7/29 17:40


대망(!)의 장거리 비즈니스 이용기 푼다(?). 터키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코드셰어(공동운항) 항공편이라 비즈니스가 만석이었다. 거기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편이었기 때문에 2~30대 한국인이 많아서 약간 놀랐던 기억이... 아니 약간은 아니라 많이 놀랐다. (다들 비즈니스 타고 다니나 봐요?ㅋㅋㅋ) 아무튼 자리는 안타깝게도 2-3-2 배열 중에 가장 정중앙 당첨. 취리히 공항에서 체크인할 때 좌석 확인하고 바꿔달라고 할걸 그랬어 흑. 그래도 180도 플랫 좌석에 모니터 밑 수납공간까지 넉넉했기에 새벽에 화장실 갈 때 옆좌석에 주무시는 분을 깨우지 않고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


양쪽에 앉으신 분들이 어떤 영상을 보는지 너무 잘 보여서 약간 민망했음.
현지 시간으로 새벽 2시가 넘었지만 비즈니스 기내식은 못 참지!!! 메인보다 애피타이저가 너무 맛있었다. 새우 샐러드와 브로콜리 수프, 빵, 화이트 와인까지 싹싹 긁어먹었지 ^
터키항공 비즈니스 항공은 음식/주류 메뉴판이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너무 피곤해서 저 메뉴판의 술은 거의 구경도 못 했다는 슬픈 소식 ㅠㅠ 
메인 디쉬였던 농어 스테이크는 so so.
자다가 일어났는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창문 너머로 보이는 파스텔톤 하늘을 보며 아직도 꿈속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스탄불 공항에서 샤워하고 난 뒤에 180도 펼쳐지는 좌석에 누워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지상낙원!
인천 도착하기 전 마지막 비즈니스 기내식 인증샷.jpg


인천 도착하기 전 마지막 식사! 애피타이저로 나온 생소한 수박+치즈 조합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딱 그 맛이다. 굳이 이런 조합을 왜 만들었나 싶지만 군말 없이 클리어. 메인은 향신료 잔뜩 들어간 가지볶음에 수란이 올라간 요리. 사실 애피타이저에 나온 견과류 잔뜩 올라간 요거트가 진짜 맛꿀마!!!


아쉬움과 후련함을 남기고(는 사실 아쉬움 99%..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가고 싶었다 ㅎㅎ) 나의 첫 번째 스위스 여행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스위스 여행기는 이제 시작! 앞으로 많이 기대해 주세요.




언젠가 또 장거리 비즈니스 탈 날이 오겠지? 열심히 돈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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