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잃어버린 세 가지
프롤로그 |
혹시 이런 기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하루가 끝나고 침대에 누웠는데, 뭔가 허전합니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얘기했는데도, 정작 내 마음은 누구에게도 닿지 않은 것 같은 기분.
누군가에게는 그게 가족과의 침묵이고, 누군가에게는 직장에서의 무의미한 반복일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부터 열고,
뉴스, 댓글, 알림, 메신저, 할 일 리스트를 훑어보다 보면 ‘나는 누구였지?’라는 질문조차 잊게 됩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는데도 외롭고,
할 말은 많은데 말이 잘 안 나오고,
과거를 떠올리면 괜히 화가 나거나, 허무해지곤 합니다.
왜 이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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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잃어버린 건 세 가지 감정입니다.
바로, 믿음, 소망, 사랑입니다.
이 단어들, 너무 낡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교회에서나 들을 법한 단어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 세 가지는 인간이 ‘시간’을 살아내는 가장 중요한 감정입니다.
✔ 믿음은, ‘앞으로 괜찮아질 거야’라고 미래에 방향을 주는 감정입니다.
✔ 소망은, ‘그때 아팠지만 이제는 의미가 있어’라고 과거를 회복하는 감정입니다.
✔ 사랑은, ‘지금 네 말에 내가 함께 있어’라고 현재를 살아내는 감정입니다.
이 감정들이 무너지면, 우리는 시간 속에서 방향을 잃게 됩니다.
과거는 후회로, 미래는 불안으로, 현재는 무감각으로 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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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입사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어느 누구와도 편하게 대화해본 적이 없습니다.
회의 시간엔 입을 닫고, 상사의 농담엔 애써 웃고,
퇴근하면 휴대폰을 붙잡고 침대에 누운 채 하루를 끝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회사, 사람은 많은데 대화는 없어요.
제 얘기 꺼내봐야, 뭔가 쓸데없는 소리 한 것처럼 돌아오는 공기… 그게 싫어요.”
그 청년이 잃어버린 건, 사랑입니다.
누군가 지금 내 말에 반응해준다는 감각, ‘지금 여기’의 감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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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50대 중반 직장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젊을 때 죽어라 일했어.
회사가 시키면 밤도 새고. 그런데 지금은 뭐든 ‘꼰대’래요.
그 시절의 희생이, 지금은 그냥 비난거리가 되는 거죠.”
이 분이 잃은 건, 소망입니다.
과거의 경험이 무가치하게 취급될 때, 사람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면 모든 과거는 ‘서사’가 아니라 ‘무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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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사회는 안 변해요. 투표해도, 말해도, 그냥 돌아오는 건 무시뿐이에요.”
이건 믿음을 잃은 말입니다.
미래가 예측 가능하지 않고,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느껴질 때,
사람은 점점 ‘협상 불가능한 태도’로 굳어갑니다.
사랑이 사라지면 대화는 조롱이 되고,
믿음이 사라지면 협상이 멈추고,
소망이 사라지면 서사는 전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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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다시 이 세 가지를 회복해야 합니다.
✔ 사랑: 지금 여기서 서로를 ‘인간’으로 대하는 감정
✔ 소망: 서로 다른 과거를 해석 가능한 이야기로 만드는 능력
✔ 믿음: 미래에 함께 도달할 수 있다는 구조와 기대
이 책은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믿음, 소망, 사랑을 단지 아름다운 말로 쓰지 않고,
우리의 시간과 관계, 정체성을 회복하는 실천적 언어로 바꿔보려 합니다.
이 감정들은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거대한 개혁이 아니라,
아주 작은 대화, 한 번의 인정, 짧은 눈맞춤에서 시작됩니다.
지금 당신이 이 책을 펼쳐 들고 있다는 이 순간부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