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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오기 Oct 15. 2024

사북행 열차 안에서

사북행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했다.


양수리를 지난다.

오전도 아닌데 구름이 물안개처럼 산중턱에 낮게 내려앉았다.

사북행 무궁화호 열차에 탑승했다.


지난 연휴에 아버지 산소 갔을 때 보다 나뭇잎에 제법 가을이 짙게 내려 앉았다.

출장길이지만 고향으로 가는 길이 중첩되어 낯설지 않다.

승용차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열차 안에서 보이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좀 더 관조적이며 너른 풍경이랄까?


KTX와 사뭇 다른 무궁화호 열차 안이 불편하지만 정겹다. 서너 시간 좀 불편을 감수하리라.


'병풍처럼 펼쳐진 풍경'이란 표현이 실감 난다.

아직 추수하지 않은 누우런 벼들이 군더군데 펼쳐져 있다.

간간이 알차게 영근 벼들이 고개 숙인 모습도 보인다.

얼마만인가?

황금 들녁을 마주하는 순간이~~


기차가 서행을 해서 보니 아신역이다.

남한강 강물이 흐르는지 머무는지 모를 정도로 고요하다. 무궁화호 기차 속도가 오늘따라 빠르게 느껴진다. 잠시라도 강물과 보폭을 맞추면 좋을 텐데 강이 휘익 나타났다 사라진다.


어느새 아파트 숲이 나타난다

가 내가 알던 양평역이라니?

천지개벽한 듯,

우뚝 선 건물이 즐비한 양평역이 이제 낯설다


잠시 차장에 펼쳐지는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본다.

분명 산과 나무, 강물을 보는데

그 산에, 그 나무에 유년의 장면들이 오버랩되고, 아부지 엄마가 풍경 속에 스쳐 지나간다.

알 수 없는 뭉클함이 밀려온다.

고향이라는 게 그런 걸까?


이제 용문역이다.

양평이 몇 정거장 안 남았다.

광탄에 다슬기 잡으러 자전거 타고 왔던 내 친구들이 몰려 온다

또래 소녀를 자전거 뒤 안장에 태우고 힘들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달리던 그 시절 수줍은 소년이  등장한다.

지금 그 소년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11Km나 되는 긴 거리를 묵히 달렸던 소년에게 새삼 미안함을 전하고 싶다.

그때 소년과 소녀의 몸집은 어쩜 비슷했을 거다.


아.

고향 산천을 여유 있게 바라보다가 사진 한 장 찍지 못했다.

간만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사진 대신 묘사로 열차 차창으로 보이는 고향을 찍다.


지금은 서원주다.

행정구역상 강원도다.


안개가 점점 짙어지고, 기온도 낮아지는 서늘한 기분이 든다.

기분 탓일까?


이대로 사북을 향해 달려 보리라.

눈에 가득 풍경을 담아 보리라.


~~~~


풍경을 담아 보려고 하니 사북행은 터널천국이다.

터널의 어둠이 그 옛날 광부들을 저절로 떠올리게 하는 사북행이다.



(스마트폰으로 쓴 글을 그대로 업로드합니다)


#사북행  #양평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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