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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문학상 맥심상을 받았어요.

냉동실의 태양초 고춧가루는 오래오래 "엄마의 유산'으로 간직할게요.

by 따오기

2004년 7회 때, 시어머니 노래자랑을 소재로 쓴 ‘오빠는 잘 있단다’로 동서문학상 입선을 수상한 적이 있다. 20년이 지난 오늘 17회 공모전에서 수필 부분 맥심상을 수상했다.


글 내용은 엄마가 농사지으신 오래된 태양초 고춧가루를 냉동실에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엄마의 유산’으로 표현한 이야기다. 상의 높고 낮음을 떠나 총 18.000편이라는 어마어마한 응모작 중 수상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 게다가 정확히 20년 만의 수상이다. 20년이면 강산이 두 번 바뀌고, 개인적으로 시상식에 동행했던 초등학교 다니던 큰 애가 결혼을 하고 손주를 낳은 시간이다.

모쪼록 꾸준히 글에 관심을 갖었더니 계속 쓰라는 격려의 의미로 여러 사람에게 주는 것 같아 고맙다.


이래저래 나는 울 엄마의 딸.

우리 시어머니의 며느리로 살아간다.

오로지 온전하게 ‘나’란 존재는 없다.

부모로부터 비롯되어 성장하고, 짝을 찾아 또 다른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 같이 성장하며 살아왔다.


이번엔 세 작품을 출품했다.

사실 어머님의 스마트폰 적응기를 소재로 한 ‘시어머님의 스마트폰’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그리고 손주를 본 이야기를 에피소드로 적은 '똘망이 팬클럽'도 출품했으나 내가 보기에도 핵심 없이 장황하게 나열한 기분이 들었다. 수상작 ‘엄마의 유산은’ 두 작품만 제출하긴 뭔가 아쉬워 마감 직전에 부랴부랴 한 편 더 써서 제출했는데 그 글이 수상을 했다.


문학상은 아무래도 가벼운 글보다는 살짝 묵직하고 감동 있는 글을 더 선호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주로 경쾌한 글을 쓰는데 그중 ‘엄마의 유산’이 나름 묵직했다. 내 글은 미사여구도 세련되지 못하고, 그냥 삶에서 우러나오는 에피소드를 가감 없이 쓰는 편이다. 아마 심사위원들이 그런 점에 점수를 주는 것 같다. 비문도 많고 중구난방이지만 일상의 진솔함을 보신 건 아닌가 싶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다음에는 좀 더 퇴고에 정성을 들여봐야겠다. 늘 쫓기듯 쓰고 겨우 마감일이 되어야 제출하는 습성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수상작은 거의 초고나 마찬가지라 다시 읽어보니 민망하다.

그래도 꾸준히 쓰니 뭔가 결실이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이번엔 사실 100일 치유 글쓰기를 하고 있던 기간이라, 글 쓰는 일이 조금 더 자연스러웠고, 매일매일 글감을 궁리하던 상황이라 도움이 됐다.


글 쓰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에, 독서량도 적고, 글쓰기도 늘 거기서 거기지만, 글에 대한 관심만은 오랜 시간 부여잡고 있었다.

앞으로는 한 줄 한 줄에 좀 더 정성을 들여야겠다.

그리고 이런 날이면 돌아가신 엄마 아버지와 또 내 부모 보다 더 오래 함께하고 있는 시어머님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리고 내 따뜻한 지인들이 생각난다. 좋은 일을 함께 공유하고 싶은 사이는 참 좋은 사이다. 이 글을 보는 그대는 나에게 참 좋은 그대다.





동서문학상 맥심상 상장과 캘리그래피 그리고 맥심커피와 수상집이 도착했네요.


맥심상은 글을 쓰는 이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고 계속 쓰라는 격려의 상 같아 더욱 고맙네요.

주신 커피도 맛나게 마시고,

글도 녹슬지 않도록 써 볼게요.


오래전 입선도 해봤지만 오늘 받은 맥심상은 또 다른 기쁜 선물이네요.


쑥스럽지만 며칠만 자랑할게요. 요즘 무지 바쁘고 지쳐 있었는데 발표하고 한 달 후에 오는 상장 덕에 두 번 기쁘네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엄마 사랑해요.

엄마가 주신 냉동실의 태양초 고춧가루는

오래오래 "엄마의 유산'으로 간직할게요.




#동서문학상 #맥심상 #동서식품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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