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쪽마루에 앉아 있노라니 유년의 기억이 떠오른다.
한옥 쪽마루에 앉아 있노라니 유년의 기억이 떠오른다.
여름이면 쪽마루에 앉아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던 그 순간이 떠오른다.
저기 저 대문을 바라보노라니 마치 누군가 들어올 것만 같다.
농사일에 바빠 누렇게 변색된 러닝셔츠를 입은 아부지와
호랑이 같이 무섭던 큰 언니가 불쑥 들어올 것만 같다.
장독대를 보면 분주하게 움직이시는 엄마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고추장 된장 퍼 나르시느라 뒤란 장독대와 부엌을 오고 가던 엄마의 종종걸음이 그려진다.
오늘처럼 소나기라도 내리면 어디선가
'막내야 장독 덮어라'던 엄마의 음성이 아련하게 들려오는 것 같다.
한옥 쪽마루에 앉아 있노라니
내 어릴 적 가족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그때의 음성들이 들려온다
늙지 않고 여전히 그때 그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분들의 기억에도 나는 언제나 꼬마일까?’
우리 모두의 기억이 영원히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옥 대문을 보노라니 돌아가신 아부지와 엄마 큰 언니가 생각 났습니다.
사물이나 어떤 풍경을 보면 저절로 떠오르는 얼굴이 있습니다.
누군가 나를 무엇으로 기억할 지 새삼 궁금해지던 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