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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Dec 11. 2024

멈칫하게 되는 마음도 동감일까?

전화기를 내려놓고 글쓰기를 시작한다.

폭설에 동네가 난리였다.

천막으로 만든 차고가 차가 주차된 상태에서 무너져 내렸다. 길도 미끄러워 다니기 어려웠지만 차가 차고에 갇혀 버렸으니 시골살이에서 발이 묶인 셈이다.

여기저기 무너진 하우스 이야기. 렉산도 무너졌단 이야기. 인삼밭 무너진 이야기.

서로의 어려움이 그렇게 퉁쳐지며 마음이 풀리던 차 또 한 명의 시골살이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산 꼭대기에 위치한 친구네 집은 큰길에서도 집까지 가는 길이 상당히 긴데 ( 눈을 치워야 하는 걸로 셈하면 말이다) 고립되고 하우스 무너지고 다 어쩔 수 없다 쳐도 어머니의 투석을 하러 나가야 하는데 그게 큰 문제라고 했다. 주변에서 투석에 관해 경험한 바 없이 얕은 지식만 가지고 있던 나는 투석 날짜가 2~3일 미룰 수도 없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걸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눈에 갇혀 길이 없으나 어떻게든 길을 만들어 나가지 못하면 구조헬기라도 불러야 할 판이라는 친구의 말에 차고쯤 무너진 걸로는 불평이 쑥 들어가 버렸다.

불편하고 싫은 것과 목숨이 달린 것은 너무나 극명한 무게감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트랙터로 길을 만들어주신 생면부지의 그분께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날뻔했다는 친구의 말에 감히 어떤 말도 대답할 수가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

그렇게 한 고비를 넘긴 친구에게 오늘 아침 전할말이 생겨 전화기를 들었다가 내려두고 글을 쓴다.


친구네 어머님은 투석 10년 차이신데.. 그조차 기적이라고 할 만큼 투석을 장기간 하신 거라 했다.

오늘 아침에 나에게 안부를 물어봐준 분은 어머님이 20년째 투석 중이시라고 병원에서 추후 연구를 위해 몸을 기증하라고 말한다고 했다. 10년도 어렵다는데 20년 이상 투석을 해오신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 친구가 힘들다고 할 때 이 이야기를 해줘야겠다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가 이 기약 없는 투병이 앞으로도 10년 넘게 이어질 수도 있을 거라는 말이 과연 친구에게 위안이 될지 무거운 소식은 아닐지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던 것이다.


오랜 투병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냈던 경험에 미루어 본인이 물론 가장 힘들지만 간병하는 가족들이 짊어져야 할 무게도 만만치 않다. 아버지가 오래 살아 계셔주셨으면 하는 바람과 이 힘듦이 언제 끝나려나에 대한 마음이 분명히 같이 존재한다. 그때 마음이 떠올라서 환자가 아닌 간병인의 입장에 더 공감을 하다 보니 소식을 전하려던 전화기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피할 길을 주시긴 했는데... 왜 이리 직진은 어려운지.

굽이굽이 돌고 돌아가는 길을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친구에게 필요할 때 잠시 의자 내어주고 물 한잔 건네주는 거 외에 해줄 말이 없어서 글을 쓰며 마음으로 기도만 보탰다.

친구에게 직접적으로 전하진 못했어도 머뭇거린 이 마음도 친구에겐 공감이 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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