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해롭다던 마가린, 이제는 달라졌다

트랜스 지방의 상징에서 ‘제로 트랜스’로

by 비원뉴스

한때 마가린은 식탁 위의 혁명이었다. 우유에서 추출한 버터보다 저렴하고 오래 보관이 가능하며, 무엇보다 ‘식물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건강한 이미지는 사람들을 끌어당겼다. 따뜻한 밥에 한 스푼 올려 비비거나, 토스트에 넉넉히 발라 녹여 먹던 추억이 있다. 하지만 이 친숙한 재료는 어느 순간 ‘몸에 해로운 트랜스 지방의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인공적으로 굳힌 식물성 기름 속에 숨어 있던 트랜스 지방이 혈관을 손상시키고,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였다.


마가린은 원래 버터의 대체품으로 만들어졌다. 식물성 기름을 부분적으로 수소화해 고체로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겨난 트랜스 지방이 문제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트랜스 지방 퇴출 캠페인을 벌였고, 여러 나라가 부분 경화유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한때 ‘가난한 버터’로 불리던 마가린은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식품계의 악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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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술은 마가린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식품 산업은 트랜스 지방을 완전히 없애기 위한 방법을 찾아냈다. 식물성 기름을 ‘완전 경화’하거나, 효소 반응을 이용해 지방산 구조를 바꾸는 ‘에스테르 교환 공법’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새로운 제조법은 수소화 과정 없이도 부드럽고 안정적인 기름을 만들어냈다. 그 결과, 오늘날의 마가린은 트랜스 지방 0%로 표시된 제품이 대부분이다. 기술이 만들어낸 변화였다.


지금의 마가린은 과거의 마가린과 다르다. 버터보다 포화지방 함량이 낮고, 트랜스 지방은 사실상 검출되지 않는다. 대신 식물성 유지와 대두유, 팜유, 유화제, 천연 향료가 조화되어 버터와 거의 흡사한 질감을 낸다. 미국 FDA 자료에서도 현대의 마가린이 오히려 심혈관 건강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것이 곧 ‘마가린을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인공적인 유지이고,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는 충분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마가린을 ‘악마화’하기보다, 섭취량의 문제로 접근하라고 조언한다. 아침 식빵에 한 스푼의 마가린은 괜찮지만, 점심과 저녁에 튀김과 패스트푸드를 함께 먹는다면 지방 과잉으로 이어진다. 몸은 일정량의 지방을 필요로 하지만, 그것이 가공 지방으로 채워질 필요는 없다. 특히 당뇨병이나 고콜레스테롤, 심혈관 질환을 가진 사람이라면 섭취량 조절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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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가린은 더 이상 과거의 트랜스 지방 덩어리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가공유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자연식 위주의 식단 속에서 가끔 사용하는 정도라면, 마가린은 충분히 안전하고 맛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마가린에 대한 오해는 기술의 발전으로 서서히 풀리고 있다. 하지만 그 진실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여전히 ‘적당함’이라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 조각의 토스트 위에서 은근히 녹아내리는 마가린은, 과거의 오명을 벗고 조심스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해롭다 단정짓기엔 너무 단순한 이야기다. 결국 우리를 해치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그 음식을 대하는 태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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