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December 2024
아이들은 미스 밀리를 부른다. 굿모닝, 미스 밀리. 그리고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미스 밀리, 종이 주세요. 저 어제 숫자 100까지 세는 거 배웠다요. 이거 제 뉴 슈즈예요. 요구 혹은 자랑. 아이들의 말은 크게 두 가지의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 모든 질문에 미스 밀리는 미소로 답한다. 종이 줄게요~, 숫자 100까지 셀 수 있다고? 너무 대단해. 아이 라이크 유얼 뉴 슈즈! 후 바웃 잇 투 유? 라고 말하면서. 그리고 미스 밀리는 생각한다. 당연하게 요구하고 자랑하는 아이는 단순하고 본능적이다. 어른은 본능을 숨길 때가 많다. 노골적으로 요구하거나 자랑하지 않는다. 아이가 어른으로 크면서. 무엇이 저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까. 투명함에서 불투명함으로.
미스 밀리는 아이의 무례함을 이해한다. 아이는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세상에 조금 더 오래 나온 사람들이 알려줘야 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스 밀리는 다른 친구의 블록을 가지고 도망가는 아이를 멈춰 세운다. 말로 듣지 않는 경우, 아이의 두 팔을 꽉 잡는다. 아이의 몸을 돌려 의자에 앉히고, 눈높이를 맞춰 두 눈을 마주한다. 두 팔을 꽉 잡으며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아이의 이름을 부른다. 알빈, 돈 스내치 아덜 프렌즈 블록. 댓츠 낫 유얼스. 이프 유 원 투 빌드 어나더 블록, 아이 윌 헬프 유.
아이는 이해하지 못한다. 노 댓츠 마인! 에브리띵 이즈 마인! 미스 밀리는 아이의 배려 없는 행동을 어떻게 수정해 줘야 할지 잠시 고민한다. 아이는 자신의 두 팔을 꽉 잡고 있는 미스 밀리의 얼굴과 팔을 주먹으로 때린다. 돈 힡 티쳐스 페이스! 댓츠 낫 굿! 미스 밀리는 강하게 외치지만, 아이는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미스 밀리는 온 힘을 다해 아이의 손을 제어한다. 이 상황에 어떤 말, 어떤 행동, 어떤 표정이 필요할지 고민한다. 미스 밀리는 아이의 팔을 꽉 잡고 두 눈을 잠시 보다가, 아이의 팔을 휙 들어 아이가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것처럼 팔을 이리저리 흐물흐물 휘젓게 한다. 아이는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이 미스 밀리에 의해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에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다가 오후 간식을 먹는 시간을 알리는 음악 소리가 울리면서 미스 밀리는 아이의 두 팔을 놓는다. 교실을 뛰면서 장난감을 정리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미스 밀리는 생각한다. 저 아이는 또다시 다른 친구들의 블록을 뺏을 텐데. 강하게 훈육하는 게 정답이었을까. 그건 이미 다른 선생님들이 이 아이에게 지나치게 하고 있는데. 너는 문제아라는 못마땅한 눈빛, 교실을 울리는 그 친구의 이름. 다른 선생님에게 혼날 때 아이의 표정은 누구보다 겁에 질려 있었다. 아이가 배려 없는 행동을 보일 때마다 몇 번이고 내가 더 반복해서 말하면 되지 않을까. 그 아이가 다른 친구에게 장난감을 빌려주거나, 도와줄 때 칭찬을 가득해줘야겠다. 그러면 칭찬받고 싶어서라도 다른 친구의 장난감을 뺏는 행동이 줄지 않을까. 미스 밀리는 작은 행동이어도 다른 친구를 배려하거나 양보하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잘했다고 이야기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이 대처가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지만 그럼에도.
어떤 아이가 소리 지르며 운다. 노! 노! 노우! 목이 상할 정도로 빽 지르며 운다. 미스 윤은 오후 간식 상차림을 치우고, 미스 줄리는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다. 아이가 울어도 맡은 일이 있는 선생님은 왓 헤픈? 스탑 크라잉 플리스.라고 말하며 자신이 맡은 일을 한다. 미스 밀리는 아이에게 다가간다. 아이를 꼭 안아준다. 아이의 울음이 금세 그친다.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며 안아주다, 아이의 눈물이 맺힌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알 유 오케이? 왓 메이크스 유 새드? 아이는 다른 친구가 자신의 하트 종이를 뺏어갔다고 말한다. 아이 윌 메이크 유 어나더 하트. 이스 잇 오케이? 필 베럴? 아이는 끄덕인다. 미스 밀리는 새하얀 종이를 꺼내 하트 모양으로 종이를 오린다. 디스 이즈 포 유. 두 유 라이크 잇? 아이는 미소 짓는다. 미스 밀리에게서 하트를 가져가 분홍색 색연필로 하트를 색칠한다.
미스 밀리가 집에 갈 시간이다. 굿바이 에브리원, 씨유 투마로우! 아이들은 외친다. 굿바이 미스 밀리! 미스 밀리는 아이가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문을 이중 잠금하고 나온다. 집에 가는 방향의 546번 버스를 기다린다. 오전 5시 30분에 집에서 나와 오후 6시에 퇴근하는 미스 밀리는 다리가 아프다. 땅바닥에 앉아 쉬는 시간에 먹지 못했던 진통제 2알을 꺼내 물과 함께 삼킨다. 지독한 감기가 한 달째 낫지 않는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미스 밀리는 바짓단을 들쳐 다리의 수많은 멍들을 봤다. 이건 저번에 아이 의자에 부딪혀서 생긴 것 같고 오른쪽 무릎의 동그란 모양의 여러 개의 멍은 아이의 눈높이를 맞추려 무릎을 꿇었을 때 생긴 멍 같았다.
20분 뒤에 오는 버스를 기다리며 생각한다. 오늘의 나는 좋은 교사였을까. 아이들의 하루를 온전하게 책임을 진 교사였을까.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안아주려고 노력한 사람이었나.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기꺼이 내려가 무릎을 꿇는 사람이었나. 하루를 곱씹다가 교실 청소를 하느라 리엘의 말을 늦게 들어줬던 것이 떠오른다. 그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지 못했다. 퍼즐을 꺼내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었는데,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말한 다음 화장실 청소를 하느라,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리엘의 요구를 늦게 들어줬다. 내일은 리엘이한테 어제 오래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해야지.
물론 리엘이는 어제 있던 일을 까맣게 잊겠지만, 그래도 말해줘야지. 언덕을 넘어 정류장으로 오는 546번 버스가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