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ess Me, Bless Us

by 블레스미

2025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나의 첫 번째 브런치 북

"주재원, 부인들의 내조 전쟁터"의

마지막 편을 쓰고 있다.




난 이제 더 이상

주재원 부인도 아니고

내조 전쟁에

참전한 상태도 아니다.




마치 영화 속에서

과거를 지우고 싶은 여자가

신분 세탁을 하듯

미국 영주권자로 상태를 바꿨고

아무도 모르는 지역으로

위치를 바꿨네.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이,

그 구렁텅이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는 생각이

날 아물게 했고

회복하게 한 것 같다.




시간이

약이 되기도 했다.





그 진흙탕을 겪은 게

이제 곧 2년인데

어느 장면은

어이없는 웃음이 나기도 하고

어느 순간은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듯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럴 때면

마치 자유를 얻은 도비처럼

보이지 않는 족쇄를

내 손으로

풀고 나온 기분이랄까.




그래도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욕을 하기도 했고

울기도 했고

이유 없이 하루 종일

우울하기도 했거든.




사모는 지금 어떠려나?

이런 날 보면 뭐라 하려나?




지난봄,

카톡을 열었다가

우연히 친구 추천 목록을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 사모가 떠 있었다.




어떤 로직으로

왜 내 핸드폰에 뜨게 된 걸까.




놀란 마음에

프로필 사진을 눌렀고

확대된 그 사진 속에서

사모네 세 식구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사모와 전무는

점잖게 갖춰 입은 모습이었고

아들도

어른스럽게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전무는 이제 자릴 잡았나 보네

사모는 여전하구나

아들은 이제 다 컸다 다 컸어.




얼마나 반갑던지

그 사진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더라.




그런데 며칠 후

다시 열어봤을 땐

사모의 이름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 지켜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건 또 무슨 일인지.




하늘이

잠시 나에게

그녀의 소식을 전해 준거였나.




내가 나이가 들면서

드는 생각 중에 하나는

모든 일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20대 시절

왜 그렇게

내가 두드리는 문들은

열리질 않던지.




그래서 그땐

내 속에 화가 많았고

세상에겐 반항아였다.




그런데

지금 되돌아보니,

이렇게 되려고

그때 그게 안 됐었구나

저렇게 되려고

그때 그게 안 됐었구나 싶네.




난 종교는 없지만

하늘 저 위에

누군가가 있는 거 같긴 하다.




내가 정신 못 차리고

들이대기만 하고 있을 때

그 누군가가 나를

내가 가야 할 방향으로

몰아가는 느낌이랄까.




그런 하늘은 지금 나에게

미국에 더 남아 있어야 한다

말하네.




한국 문턱까지

한 발짝 남겨둔 나를

가차 없이 돌려세웠다.




그래,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거겠지.




뭔가,

내가 여기에

더 머물러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겠지.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해

하루하루를

쌓아 올리고 있다.




특별한 재주나 특기는커녕

취미조차 없는 내가

무엇을 해야 버틸 수 있을까

하던 도중에

우연히 만나게 된 글쓰기.




외로운 내 마음은

외딴섬에 갇혀있는

몸을 떠나

블로그를 통해

사방팔방

날아다닐 수 있게 되었고




내 머릿속 어두운 기억은

브런치북을 통해

유일무이한 이야기로

재탄생되었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 아닌가.




이제 남은 건

나를 내가 축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딛고 서 있는 이 땅에서

평안에 이르는 것이다.




Bless Me.




Bless Us.













마치는 글.




그동안

'주재원, 부인들의 내조 전쟁터'를

함께 해 주신 독자님들!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




누군가가

제 이야기를 읽어 준다는 건

저에게 큰 치유이자

깊은 위로가 되었답니다.




독자님들 덕분에

힘들었던 그 시간을

마음속에서 뗴어내어

책에 봉인할 수 있게 되었어요




긴 시간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

다른 이야기로

우리 또 만나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