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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레스미 Oct 25. 2024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난 이렇게 밥만 하다가 죽고 싶진 않다.




나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에 따라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해서  

각각의 결말들을

준비, 대비해 놓는 걸 좋아한다.




 MBTI를 해보진 않았지만

대충 대문자 J일 듯하다.




이런 까닭에

미국 땅을 다시 밟게 될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기분은 마치

도살장 끌려가는 소와 같았다.

이번에 가게 되면

이리 보나 저리 보나 

다시 돌아오는 건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한번 나의 것을 내려놔야 했다.




작지만 그래도 옴팡진 '내 집'을 짓기 위해

땅을 고르고 울타리를 두르고

집터를 다지던 중이었다.

온몸에 흙 묻혀가며

타는 땡볕이든 매서운 눈보라든

덤벼봐라가 뿜뿜이었는데 말이다.




그럼 그렇지..




애초에

나에게 허락되지 않은 일이었나 보다.




인생 2 막을 열겠다며

야심 차게 달려들었기에

손에 힘을 빼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

싶었다.




아이가 1학년 때

수업에서 장래희망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종알대더니

엄마는 꿈이 뭐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때,

내 입에서는




"에이~엄만 이제 끝났.."




 순간

'아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 내가 왜 끝나??

 나 죽어???




답을 기다리는 아이에게

"엄마 지금 고민 중이야~"

라고 말해줬다.




아이의 말이 맞다.

아이의 생각이 맞다.




당연히 언제까지나 꿈꿀 수 있는 존재다.




하지만,

내 일을 내려놓는 것이

두 번째 반복이다 보니

'잠자코 가만히 있어'

라는 메시지로 읽혔던 거다.




이 정도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시도하지 말고,

계획하지 말고,

꿈꾸지 말라는 거다 이건.




난 뭘 하면 안 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가지 않겠다고 해 그럼!'





가슴과 머리가

같은 답을 내놓는 일은 많지 않다.




주변에서도 내 머리를 거드는 사람뿐이었다.




애들 영어 배우고 너무 잘 됐다!

남편도 이제 야근 없으니 좋아하겠네!




그럼 나는?

거기 가서 내가 좋은 건 뭔데??




모두에게 좋은 선택은 없는 법.

최대 출력을 뽑아낼 수 있는 것을 택할 뿐이다.




역시 머리의 승리였다.











어느

이웃 블로거님의 글을 보니




"씨를 뿌리고 물을 주자. 그리고, 기다리자!"

라는 어느 책의 구절이 적어 놓으셨더라.




나는 이곳에서

 다시

무슨 씨앗을 뿌려야 하는가...




이것저것 겉 포장지를 훑어본다.




어느 것이 빨리 자라고,

 손이 덜 가고,

키우기가 쉬운지

그리고

열매나 꽃이 얼마나 달고 매혹적인지.




하지만 그런 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럼

저 조건들 중에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




계산기를 두드리는 내게

얼마 전

한국 친구들의 소식이 들려왔다.




물을 주기 시작한 그녀,

이제 기다리는 시간만 남은 그녀..




안 그래도

365일 정체성 고민이었던 나는

조바심에 잠을 설쳤다.



 

나를

주저앉힌 상황에

원망과 억울함이 솟구쳐

진화하기가 쉽기 않았다.




소화되지 않아 울렁이고 토하고 싶을 때,

꾸역꾸역 억지로 내리려 하기보다는

올라오는 것을 참지 말고

 확 쏟아내 버리는 게

소화제 보다 더 빠르다는 걸 알고 있다.




이곳에

뱉어내다 보면

병은 안 나겠지 싶다.




그냥

일상의 끄적임이지만

뭔가를 하고 있는 기분도 들고

흘러가는 시간을 기억하기도 좋고.




이러는 가운데

내가 나한테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이대로 밥만 해 대다가 죽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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