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판정받고, 고교 중퇴한 사고뭉치 토드 로즈
*토드 로즈(1974~ )= 미국의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 교육신경과학 분야 최고 권위자. ‘평균의 종말’ ‘집단착각’ 등 저술.
카인, 악동, 영리한 악마, 문제아, 시한폭탄, 사고뭉치, 실패자, 낙제생….
미국의 교육신경과학 분야 최고 권위자인 토드 로즈 하버드대 교수의 어린 시절 수식어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그는 문제아 중의 문제아였다. 소년원이나 교도소에 가지 않은 것이 기적이다.
그의 성공은 무한 신뢰를 실천한 어머니 덕분이다. 좌절할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성이 훌륭한 학자로 만들었다. 저널리스트 캐서린 엘리슨과 함께 쓴 자전적 에세이 ‘나는 사고뭉치였습니다’(윤영삼 옮김, 문학동네, 2014)에서 그는 이런 말로 어머니의 힘을 묘사했다.
로즈는 유아기 때부터 못 말리는 아이였다. 유난히 에너지가 넘쳐 아기 침대도, 아기 울타리도 그를 가둘 수 없었다. 머리를 비롯해 여기저기 부딪히는 바람에 병원 응급실의 단골 환자였다. 어머니가 아이스크림을 사 오면 남들이 먹기 전에 포장을 전부 뜯어 혀로 한 번씩 핥아먹었으며, 한겨울 아침에 목욕하고 벌거벗은 동생을 앞마당 눈밭에 세워놓고 문을 잠가버린 적이 있다. 과잉 행동과 장난은 점점 심해져 엄마한테 ‘천사’라고 칭찬받는 여동생이 정말 하늘을 날 수 있는지 확인해 보겠다며 2층 창가에서 밀어버린 일도 있다. 집 건물 콘크리트 벽에 페인트를 마구 칠해 엉망으로 만드는가 하면, 지나가는 차에 돌을 던져 위험한 상황을 여러 번 초래하기도 했다.
학교에서도 악행을 수시로 저질러 교사와 친구들로부터 격한 꾸중과 비난을 받았다. 중학교 1학년 때의 비행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 미술 시간에 칠판을 향해 조잡한 악취폭탄 6개를 던지는 바람에 교사와 학생들이 혼비백산했다. 악취폭탄은 황화암모늄을 담은 작은 물병으로, 달걀 썩은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이었다. 유리병이 큰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 깨지고 뿌연 연기와 함께 악취가 진동하는 바람에 아이들은 괴성을 지르며 눈물을 흘렸다.
정학은 당연한 처분이었고, 학교로 돌아갔지만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여서 점심시간이면 혼자 식사해야 했다. 교사들의 간섭은 심해졌고 아이들은 돌아가며 그를 놀렸다. 부모는 결국 병원에 데려갔고, 소아과 의사로부터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았다. 치료제를 복용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고교 1학년 때 어머니는 큰돈을 들여 저명한 심리학자에게 데려가 인터뷰를 겸한 테스트를 받도록 했다. 결과는 이런 것이었다. 조금도 가만있지 못함, 예측할 수 없는 행동, 산만함, 집중하지 못함, 주변 사람들을 방해함, 쉽게 흥분함, 충동적임, 어떤 일을 완수하지 못하고 노력하기보다 쉽게 좌절함.
약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고, 비행은 그치지 않았다. 학교 부적응 아이들과 어울려 야구 방망이로 우편함을 부수고 다녔으며, 어두운 밤 나무 위에 올라가 지나가는 자동차 앞에 허수아비를 떨어뜨리는가 하면, 이웃집에 들어가 현금을 훔치기도 했다. 컬러 프린트를 이용해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100달러씩 받고 팔기도 했다.
공부는 아예 뒷전이었기에 고교 3학년 2학기가 되자 교장이 부모를 불러 퇴학을 통보했다. 3학년 1학기 평균 평점이 최악의 0.09여서 더 다녀봤자 졸업장을 받을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18세 고교 중퇴생 로즈는 아버지로부터 경제적 지원 중단을 통보받고 최저임금을 주는 막노동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일하던 중에 어떤 여자 아이를 사귀었으며, 여자 아이는 8개월 만에 임신을 했다. 결혼하고 아버지가 되었기에 정신을 차린 걸까. 돈이 없어 기초생활 수급자로 살면서 가는 곳마다 열심히 일했다. 아내는 피를 팔아 생활비를 마련해야 했다.
로즈는 아내의 권유로 뒤늦게 공부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고 해야겠다. ‘나는 사고뭉치였습니다’에서 그는 자신의 벌거벗은 모습을 솔직하게 대면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결혼 생활에서 나는 나 자신의 가치를 상당 부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결혼은 이전에는 불가능하던 변화들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문을 열었다.”
로즈는 유타 주의 자기 집 근처 웨버스테이트 대학에 경제학입문과 대인심리학과목을 수강 신청해 주경야독으로 공부했다. 평소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과목이었다. 처음으로 공부가 재미있었고, 심리학 교수의 칭찬과 격려 덕분에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2학년이 되어서는 전 과목 A를 받는 우등생이 되었으며, 그리고 2년 뒤에는 올해의 최고 우등생으로 뽑혀 장학금까지 받고 졸업할 수 있었다.
어느새 그는 공부에 불이 붙었고, 웨버스테이트 대학 교수의 추천을 받아 하버드대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실은 언론의 주목을 받아 지역 신문과 방송에 보도되었다. 그는 지금도 ADHD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지만 일상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존경받는 하버드대 교수로,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저술가, 강연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로즈의 성공 배경에는 아내의 헌신, 대학교수의 격려도 있었지만 사고뭉치 아들을 믿고 끝까지 기다려 준 모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본다. 로즈의 어머니는 ADHD와 관련한 부모교육 코스를 쉬지 않고 찾아다녔으며, 수많은 관련 서적을 읽고 연구했다. 그 결과 꾸중이나 처벌보다는 더 많은 격려가 필요하다는데 확신을 갖게 되었고, 오랜 기간 지치지 않고 그것을 실천했다.
아들이 성공한 뒤 어머니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역시 ‘나는 사고뭉치였습니다’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남들이 너를 사랑하지 않거나 심지어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참았어. 물론 가끔은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말이야. 하지만 널 공격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곧바로 발포 준비를 했지!” 어떤 악조건에서도 무조건 자식 편을 들었다는 뜻이리라.
자녀 양육에서 기다려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그것은 부모 신뢰의 확실한 표현이다. 최고의 교육신경과학자가 된 로즈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양육은 장기보다 바둑에 가깝다.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유연해야 한다. 언제나 세 수 정도는 미리 내다보아야 한다. 때로는 경찰처럼 엄격한 것도 좋다. 하지만 아이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베푸는 것이 훨씬 나은 전략일 때도 있다. 규율은 한시적 도구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