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방식의 두 축: 구조화하는 머리, 공감하는 마음

하이브리드 씽킹: 서로 다른 두 종류 사고의 충돌

by 정병익

문제를 해결한다는 말은 쉬운데, 막상 현장에 들어가면 어렵습니다.

회의실에서는 논리가 완벽했는데 실행이 안 되고, 현장에서 얻은 통찰은 날카로운데 보고서로 정리하면 힘이 빠집니다. 그럴 때 저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사고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축은 로지컬 씽킹입니다. 구조화하고, 분석하고, 최적화합니다.

다른 축은 디자인 씽킹입니다. 공감하고, 탐색하고, 실험합니다.

둘은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문제 해결을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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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지컬 씽킹: 문제를 쪼개면 핵심이 보입니다

로지컬 씽킹의 믿음은 단순합니다.
“복잡해 보이는 문제도 잘게 나누면 다룰 수 있다.”

그래서 로지컬 씽킹은 언제나 구조에서 시작합니다.
핵심을 한 문장으로 세우고, 그 아래에 근거를 정리하고, 다시 그 근거를 데이터로 받칩니다. 생각을 피라미드처럼 쌓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상대가 따라올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 방식이 특히 강한 순간이 있습니다.
문제가 이미 ‘이름’을 가진 상황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입니다.


“3년 연속 수익성이 하락했다.”

이 한 문장을 받으면 로지컬 씽킹은 자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수익성은 매출과 비용으로 나뉘고, 매출은 가격과 판매량, 판매량은 고객 수와 재구매율, 비용은 원가와 판관비로 더 쪼개집니다. 어디가 진짜 레버인지 보기 시작하죠.

이 과정에서 중요한 태도는 ‘똑똑함’이 아니라 절제입니다.
모든 것을 다 보려 하면 아무 것도 못 봅니다. 그래서 로지컬 씽킹은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영향이 큰 요인부터 검증하고, 작은 요인은 뒤로 미룹니다. 파레토의 감각이 여기서 나옵니다.

제가 이 사고방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떠올리는 건, 아폴로 13입니다.
폭발 사고 이후 NASA는 감정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문제를 쪼개고, 변수를 정리하고, 가능한 시나리오를 좁혀 갔습니다. 산소, 전력, 이산화탄소, 궤도… 그들은 ‘살아 돌아오기’라는 목표를 위해, 문제를 구조로 바꿔냈습니다. 그게 로지컬 씽킹이 가진 힘입니다.


2) 디자인 씽킹: 숫자로는 잡히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많은 문제는, ‘구조’만으로는 풀리지 않습니다. 사람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감정, 맥락, 습관, 자존심 같은 것들이 늘 끼어듭니다.

디자인 씽킹은 바로 거기서 출발합니다.
“사람은 데이터대로 살지 않는다.”

그래서 이 방식은 책상 앞이 아니라 현장으로 갑니다.
인터뷰하고, 관찰하고, 사용자의 하루를 따라가며 “왜 저렇게 행동하지?”라는 질문을 붙잡습니다. 디자인 씽킹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멋진 아이디어’가 아니라, 문제 정의가 바뀌는 순간입니다. 같은 현상을 보고도 질문이 바뀌면 해법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저는 이 점을 설명할 때 자주 세탁기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더 강한 세척력”이 아니라, 때로는 “세탁이 끝난 뒤의 귀찮음이 줄어드는 경험”입니다. 옷을 널고, 걷고, 개는 과정이 더 고통일 수 있습니다. 제품 스펙만 쳐다보면 안 보이는 지점입니다.
디자인 씽킹은 그 숨은 불편을 찾아내고, 작은 실험으로 확인합니다.

그리고 실험은 완성품이 아니라 프로토타입로 합니다.
대충 만들어서 빨리 보여주고, 반응을 보고, 고치고, 다시 보여줍니다.
이 반복이 디자인 씽킹의 핵심입니다. 실패를 피하는 게 아니라, 실패를 작게 쪼개서 빨리 쓰는 방식입니다.

이걸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도요타의 안돈(Andon)입니다.
현장에서 문제가 보이면 누구든 라인을 멈출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행동 같지만, 실은 반대입니다. 문제가 숨어서 크게 터지기 전에, 작은 신호에서 배우도록 설계한 시스템입니다. “정답을 맞히는 조직”이 아니라 “계속 배우는 조직”을 만드는 방식이죠.


3) 두 사고는 철학이 다르고, 그래서 산출물도 다릅니다

로지컬 씽킹은 세상을 비교적 ‘정의 가능한 문제’로 봅니다. 충분히 쪼개고 분석하면 해답이 수렴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가치가 효율, 일관성, 재현성 쪽으로 기웁니다.


디자인 씽킹은 세상을 ‘열려 있는 문제’로 봅니다.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고 이해관계가 다르니, 문제는 처음부터 완벽히 정의되지 않는다고 전제합니다. 그래서 가치가 공감, 의미, 경험, 서사 쪽으로 기웁니다.

실무에서의 모습도 다릅니다.

로지컬 씽킹은 보고서와 로드맵, 숫자와 우선순위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고, 디자인 씽킹은 스케치와 프로토타입, 테스트 로그가 쌓이면서 결론에 다가갑니다. 하나는 “결정(Decision)”을 돕고, 다른 하나는 “발견(Discovery)”을 돕습니다.


결론: 중요한 건 ‘둘 중 하나’가 아니라 ‘언제 무엇을 쓰는가’입니다

로지컬 씽킹만 쓰면, 사람과 맥락이 지워져 실행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디자인 씽킹만 쓰면, 실험은 많아도 구조가 없어 확산이 막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필요한 건 선택이 아니라 조합입니다. 문제를 구조로 다룰 때는 로지컬 씽킹의 칼날을 쓰고, 문제를 사람으로 다룰 때는 디자인 씽킹의 감각을 씁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두 축을 오가며 전환합니다.


이 글이 말하는 하이브리드 씽킹은 바로 여기서 출발합니다. 분석으로 정리하고, 공감으로 재정의하고, 다시 실행 가능한 구조로 심는 것.


다음 장에서는 두 사고 체계가 각각 어떤 “도구”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는 어떤 순서로 결합되는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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