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 패턴의 전체 지도: ‘한 가지 방식’으로는 부족한 시대
불확실성은 커졌고, 기술은 빨라졌고, 사람들의 기대는 더 미묘해졌습니다. 예전에는 기획팀이 숫자를 쥐고 결론을 내리고, 디자인팀이 그 결론을 보기 좋게 “포장”하는 식의 분업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경계가 자꾸 무너집니다.
한 예로, 디즈니랜드를 떠올려보시면 좋겠습니다. 디즈니랜드의 경쟁력은 ‘놀이기구’만이 아닙니다. 방문객의 동선, 대기 시간의 체감, 음악과 향, 직원의 말투, 표정까지 모두 경험의 일부입니다. 그런데 그 경험은 감성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수요 예측, 혼잡도 관리, 운영 시뮬레이션 같은 아주 냉정한 계산이 함께 굴러갑니다. 경험(Design)과 데이터(Logic)가 서로를 떠받치며 하나의 시스템이 됩니다.
이제 “어떻게 문제를 풀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우리는 한 가지 방식만으로는 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문제 해결을 8가지 패턴으로 정리합니다. 두 가지 순수 패턴(Pure)과 여섯 가지 혼합 패턴(Hybrid)으로 구성된 ‘전체 지도’입니다. 이 지도는 외우는 분류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읽는 문법에 가깝습니다.
지도는 단순합니다.
L은 구조화·분석·최적화이고, D는 공감·창의·경험 설계입니다.
그리고 문제 해결은 3단계(Discover–Develop–Deliver)를 지나가므로, 각 단계에 L 또는 D를 넣으면 조합이 만들어집니다. 그 결과가 8가지 패턴입니다.
LLL : 순수 분석형
DDD : 순수 경험형
LLD / LDL / LDD / DDL / DLL / DLD : 여섯 가지 하이브리드
처음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조합이 제품·정책·브랜드·도시·조직 문제를 놀랄 만큼 잘 설명합니다. 세상은 대개 “분석만 하면 되는 문제”도 아니고 “공감만 하면 되는 문제”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항공기 정비 스케줄 최적화 같은 과제는 LLL에 가깝습니다. 정답이 존재합니다. 반대로 한 병원의 말기 환자 돌봄 서비스를 설계하는 일은 DDD에 더 가깝습니다. 정답이 아니라, 사람의 두려움과 존엄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로 자주 만나는 문제들은 그 중간에 있습니다. 그래서 혼합 패턴이 필요합니다.
패턴이 생기는 원리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문제의 성질이 패턴을 결정합니다. 정답이 있는 문제는 분석이 강합니다.
비용, 품질, 운영, 최적화는 L이 지배합니다.
반대로 정답이 없는 문제—정체성, 경험, 브랜드, 의미—는 D가 강합니다.
같은 조직이라도 문제에 따라 ‘접근법’이 바뀌어야 합니다.
둘째, 제약 조건이 사고 흐름을 바꿉니다. 예컨대 “대중교통 요금 조정”은 수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재정 논리(L)도 필요하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공정성과 신뢰(D)를 동시에 다뤄야 합니다. 어느 쪽만 보면 반대편에서 문제가 터집니다. 숫자만 보면 여론을 잃고, 여론만 보면 지속 가능성을 잃습니다.
셋째, 결과물의 형태가 패턴을 완성합니다.
어떤 문제는 마지막이 ‘제도와 운영’으로 끝나야 하고(그래서 L로 끝납니다), 어떤 문제는 마지막이 ‘경험과 설득’으로 끝나야 합니다(그래서 D로 끝납니다). 출발점과 도착점이 달라지면, 같은 주제라도 완전히 다른 항로를 타게 됩니다.
이를테면 영국 런던의 혼잡통행료 정책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먼저 교통량과 혼잡도를 계산해 정책의 필요성을 설명해야 했고(L),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왜 지금, 왜 이 방식’인지 의미를 설계해야 했으며(D), 결국엔 징수 시스템과 단속, 예산 사용 구조를 제도로 완성해야 했습니다(L). 이런 문제는 애초에 Pure 방식으로는 끝까지 갈 수 없습니다. 현실이 하이브리드를 요구합니다.
21세기의 경쟁은 한 줄짜리 강점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기술’만 좋아도 부족하고, ‘경험’만 좋아도 부족합니다. 운영이 받쳐주지 않으면 확산이 막히고, 제도가 연결되지 않으면 지속이 흔들립니다. 결국 현대의 성과는 제품 + 경험 + 기술 + 운영 + 비즈니스 모델 + 규제/사회적 수용성이 동시에 맞물릴 때 나옵니다.
그래서 잘되는 조직일수록 ‘천재 한 명’을 찾기보다, 서로 다른 사고 체계를 가진 사람들을 결합하는 능력을 키웁니다. 데이터만 보는 사람들만 모이면 숫자는 맞지만 사람이 안 오고, 감성만 보는 사람들만 모이면 반응은 좋아도 돈이 남지 않습니다. 기술만 모이면 만들 수는 있어도 시장이 원하지 않고, 제도만 모이면 설계는 완벽해도 사용자는 불편합니다.
이 8가지 패턴 지도를 안다는 것은,
방법론을 외운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문제는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지(L로 시작? D로 시작?)
중간에 언제 관점을 바꿔야 하는지
마지막에 무엇으로 완성되어야 하는지(제도/운영인가, 경험/설득인가)
그리고 누가 합류해야 완성되는지
이걸 읽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요즘 문제 해결이 ‘전투’보다 ‘항해’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지도 없이 나가면 열심히 노를 저어도 제자리일 수 있고,
지도를 들고 나가면 같은 에너지로도 목적지에 닿습니다.
이 장의 지도는 그 항해를 위한 지도입니다.
그리고 다음 장부터는, 이 지도를 실제로 읽고 쓰는 방법—각 패턴이 어떤 상황에서 나타나는지, 현장에서 어떻게 전환되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