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없이 오늘을 살아내는 연습: 새우깡과 바다 피크닉

작은 성취가 쌓여 만들어낸 회복 이야기

by HaDa

안녕하세요. 누군가의 자립을 응원하며 오늘도 현장에서 마음을 보태고 있는, 글 쓰는 미국 공인 정신건강 상담사 하다예요. 이번 6화에서는, 약물 사용, 남용, 의존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클라이언트의 기밀 유지가 매우 중요하기에, 허구의 요소를 일부 포함하여 서술하였으나, 그 안에 담긴 임상적 통찰과 경험은 실무에서 마주한 실제적 고민과 관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양해 부탁 드려요.



클라이언트들이 왜 약물 중독과 의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같은 사이클을 반복하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진지하게 고민을 해왔어요. 상담을 통해 그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제가 궁금했던 점들을 조심스럽게 질문하면서, 점차 그들이 왜 약물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이해하게 되었어요. 어린 시절의 상처, 외로웠던 청소년기, 배우지 못한 갈등 해결 방식,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되는 결핍과 원망과 왜곡된 사고들이 얽히고설켜 약물 중독의 이유를 한 가지의 문제로 정의하고 치료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러나 이들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각 클라이언트는 상황도, 성격도, 성장 배경도 모두 달랐기 때문에, 어떤 이에게 효과적이었던 상담 기법이 다른 이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정형화된 방법보다는, 각자의 고유한 이야기를 존중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하려 노력했어요. 상담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를 때는 슈퍼비전을 통해 조언을 구하고 팀원들과 이야기 나눠보며 함께 문제를 풀어갔어요. 그렇게 저는 점점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약물에 의존하고 중독되는 이유는 생각보다 거창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며, 결국 인간은 누구나 외로움에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요.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은 약물을 사용하게 된 이유로 “삶이 지루해서”, “너무 외로워서”라고 말하 곤 하더라고요. 사실 마약을 혼자 시작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언제나 그 곁에는 친구나 연인 같은 동반자가 있었고, 많은 이들이 그들과 함께 있고 싶어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 약물을 시작했다고 털어놓았어요. 그렇게 누군가의 유혹으로 시작된 중독이라면, 이제는 그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결국 해답은 ‘덜 외로운 삶’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이 건강한 관계를 맺는 데 필요한 대인관계 능력이나 사회적 기술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었어요. 그것들을 하나하나 채워주려 하다 보면 끝이 보이지 않았고, 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외로움과 지루함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을까?’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고민 끝에, 문득 이런 생각에 다다랐어요.


삶에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주고, 미래에 대한 작은 희망의 씨앗을 심어줄 수 있다면 어떨까?


이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자, 저는 이 질문의 본질을 상담의 핵심 방향으로 삼기로 했고, 클라이언트에게 그 가능성을 적용해 보기로 했어요. 비록 변화가 작더라도, 희망은 사람을 다시 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면, 그들은 언젠가 약물 없이도 스스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약물 중독은 단순한 의지나 환경 변화만으로 극복되기엔 너무나 복잡하고 뿌리 깊은 문제죠. 그래서 하루아침에 완전히 끊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클라이언트들과 함께 큰 목표를 정한 뒤,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분화하여 ‘오늘을 살아내는 것’ 부터 시작했어요. 상담 시간에는 일상생활의 작은 성취를 점검했고, 그들에게 일어나는 작지만 꾸준한 변화가 결국 스스로를 회복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이런 상담 방향을 확신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어요. 한 클라이언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년간 사무직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지만,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약물 사용이 일상이 되었고, 결국 조현병 증상까지 겹치면서 환청에 시달리게 되었고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했어요. 이 클라이언트는 반복적인 약물 사용과 정신병증 악화로 병원과 시설을 오고 가다 저희 주거기반 회복 프로그램으로 연계되어서 저와 만나게 되었어요. 이 클라이언트는 저를 만난 이후에도 약물 사용을 반복적으로 했기 때문에 트라우마 치료, 문제행동 교정, 약물중독 전문팀과의 협업 등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그렇지만, 클라이언트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상담 치료의 효과는 더디게만 느껴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클라이언트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미용에 관심이 많다는 말을 들었어요. 마침 클라이언트가 머무는 시설에 (한국의 평생교육원과 같은) Adult School에서 근무하시는 분이 오후에 정원 관련 활동을 진행하려 시설에 오셨고, 그분과 상의해 직업훈련 연계 가능성에 대해 여쭈어보았어요. 답변이 긍정적이었고, 도움을 주실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연결이 이루어졌고, 클라이언트는 주 2회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시설로 돌아오면 속눈썹 연장 등 실전 기술을 연습했죠. 그때부터 클라이언트의 눈빛이 달라졌어요. 무언가에 몰두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모습이 하나둘 관찰되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2주 후 진행한 약물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왔을 때, 지금이 기회다 싶었어요. 그래서 시설과 상의하여, 앞으로 두 달간 약물검사가 계속 정상이고 학교를 성실히 다니면 노트북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어요. (미국에는 이런 지원을 가능케 하는 펀딩 소스들이 꽤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저는 상담사로서 클라이언트의 불안을 낮추고, 가능성과 희망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는 역할에 집중했어요. 물론 클라이언트는 자신감을 얻었다가 다시 위축되기를 반복했지만, 결국 약속한 노트북을 받았고, 6개월 후에는 자격증까지 수료했어요. 드디어 클라이언트가 기나긴 터널 끝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고, 이제는 자립을 꿈꾸며 실제로 그걸 실현할 수 있는 힘을 갖었다는 것을 지켜본 것은, 상담사로서, 그 어떤 순간보다 벅차고 기쁜 일이었어요.



어떤 클라이언트는 성인이지만 귀엽고 따뜻한 포도나무 스티커를 정말 좋아합니다. 약물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스티커 하나를 붙이고, 포도송이가 완성되면 바다로 피크닉을 떠나 근사한 점심을 함께 하기로 목표를 설정했어요. 검사 결과가 좋을 때면 클라이언트는 모든 이빨을 다 보이며 활짝 웃고는,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해 이야기 하 곤 했어요. 그리고는 포도나무가 포도를 주렁주렁 영글어서, 클라이언트와의 약속을 지키러 갔었어요. 바다에서 피크닉을 즐기며, 너무 좋아하는 그분의 모습과 식사 후, 다음 포도나무도 있냐고 묻는 환한 얼굴을 보며, 당연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꿈일 수 있다는 걸, 그리고 그 하루를 위해 한 달을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네요.


오늘도 클라이언트들과 함께 그들의 현재 상태와 상황에 맞는 목표를 세우고, 조정하는 시간을 가지며, 작은 목표들이 어느새 큰 변화가 되는 걸 보고 왔어요. 결국 중요한 건 목표의 크기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 꼭 맞는 목표를 함께 세우고, 지켜봐 주며, 꾸준히 응원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변화는 단숨에 일어나지 않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지지는 분명히 사람을 변하게 하니까요.


혹시 사랑하는 사람이 약물 중독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면, “이제 좀 줄여봐”, “그만해야지” 같은 말보다, 함께 산책을 나서고, 하루하루에 관심을 가져주며, 작고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가 건네야 할 건 정답 같은 충고가 아니라, 흔들릴 때 곁을 지켜주는 따뜻한 마음이에요. 그 마음이 쌓일 때, 희망은 다시 자라고, 흔들리던 삶이 조금씩 단단히 제자리를 찾을 테니까요.


사진 설명: 클라이언트와 함께 바닷가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새우깡을 나눠 먹으며 피크닉을 즐겼던 따뜻하고 소중한 순간의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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