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일상의 문을 열다: 미국 보딩케어 하루 일과

중증 정신질환 클라이언트들과 함께한 보딩케어의 실제 이야기

by HaDa

안녕하세요. 글 쓰는 미국 공인 정신건강 상담사, 하다예요. 오늘은 브런치 연재 7화, 낯설지만 꼭 들여다봐야 할 이야기로 인사드려요. 이번 글에서는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클라이언트들이 머무는 보딩케어(Board and Care), 즉 24시간 거주형 치료시설에서의 하루를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많은 분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공간인 만큼, 이곳에서 어떤 하루가 흘러가고, 어떤 케어가 이루어지는지 조금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기록을 전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연재한 1화부터 7화까지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정보를 전달해 드렸어요. 그리고 다음 연재부터는,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보다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려 해요. 성공사례와 실폐사례를 들여다보며, 클라이언트들이 회복으로 가는 여정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연재글 3화의 오늘도 누군가는 자립을 배우고 있습니다. 편에서 시설마다의 차이를 소개했는데, 제 클라이언트들은 주로 중증환자들이기 때문에, 일반 보딩케어보다는 높은 수준의 보호와 치료료를 제공하는 시설에서 거주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이 술, 마약 관련 약물에 중독된 중증 정신 질환자이기 때문에, 약물을 사용하지 않도록 종일 프로그램이 짜여 있습니다.

저희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는 클라이언트들이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들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타인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 안정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모든 프로그램은 슈퍼바이저의 승인을 거쳐 체계적이고 의미 있게 구성됩니다.


아침 일과

클라이언트들은 먼저 정신질환만 있는지, 아니면 신체적 질병을 동반하고 있는지에 따라 일상이 구분됩니다. 예를 들어, 정신질환만 있는 경우, 간호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기상 시간은 자율적이라 클라이언트들이 원하는 시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반면,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간호 서비스가 제공되며, 시설에서 정한 일정에 따라 하루를 시작하게 됩니다. 특히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당뇨 환자나 혈압 체크가 필요한 클라이언트는 보통 아침 6시에 기상해 간호 서비스를 받습니다. 간호 서비스가 마무리되면 모든 클라이언트는 7시쯤 아침 식사를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야간 시간대에 스태프 인력이 부족한 틈을 타, 일부 클라이언트들은 마약이나 술을 복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아침에는 직원들이 방을 돌며 클라이언트의 기상을 돕고, 식사를 챙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합니다. 아침 식사는 일괄적으로 7시에 제공되지만, 모든 클라이언트가 시간 맞춰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식사 시간은 약 2시간 동안 운영되며 보통 9시경 마무리됩니다.


아침 식사 이후에는 각 프로그램에 소속된 케이스 매니저, 정부 보조 펀드를 지원받아 서비스를 제공하러 시설에 오는 교수진, 지역사회 평생교육원 강사, 그리고 상담사들이 시설로 출근합니다. 각자의 하는 일과 역할이 다르지만 대부분 클라이언트들과의 1:1 상담 및 그룹 활동을 진행합니다.

시설 거주 클라이언트는 과거에 정신병동에서 수개월에서 수년을 지냈거나,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그룹 활동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해변이나 공원으로의 야외활동, 스낵을 제공하며 그들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또한, 케이스 매니저들은 건강 교육, 약물 예방 교육, 위기 대응 교육 등 다양한 주제의 교육을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교육 후에는 빙고 게임이나 소소한 상품 증정 활동을 통해 마지막까지 클라이언트들이 그룹에 머물 수 있도록 다양한 동기부여 전략을 활용합니다.

상담사들은 1:1 상담을 하고 클라이언트의 정신건강을 평가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매주 1-2회 개인 세션을 진행하고, 한 달에 한번 정신과 전문의와의 만남에 동행하여 복용약을 조절하고, 정신건강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점심 일과

점심 식사를 하는 동안, 각 프로그램에 소속된 직원들도 시설이나 근처에서 식사를 마친 후, 클라이언트들과 다양한 활동을 지속합니다.

만약 클라이언트가 마약을 사용하고 있다면, 상담사는 마약 관련 회복 지원 팀(ATC팀)에게 방문을 요청하고, 클라이언트가 어떤 상황에서 마약을 사용하게 되는지 그 원인의 탐색과, 무작위 마약 검사를 의뢰해요. 모든 결과는 상담사와 공유되고, 상담사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효과적인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약속을 지킨 클라이언트에게 소정의 상품을 증정하거나, 지속적인 격려를 하며 클라이언트가 재활의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케이스 매니저들은 신체활동, 교육, 놀이 등을 포함한 일과표를 구성하여 클라이언트들에게 약 2시간가량의 활동을 제공합니다. 회사에서 지원금을 받아, 미술 수업이나 요리 교실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들의 흥미와 참여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모든 수업은 대부분 오후 4시경에 마무리되며, 프로그램 관계자들은 보딩케어 업무를 정리하고, 클라이언트들은 저녁 식사 전까지 자유 시간을 갖습니다. 이 시간 동안 일부 클라이언트들이 과도한 낮잠으로 인해 야간 수면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나는 음악을 틀거나, 보딩케어 측에서 소규모 그룹 활동으로 동네 산책 등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활동은 시설장의 운영 역량과 철학에 따라 달라지며, 시설마다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녁일과

클라이언트들은 보통 오후 5시에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한 시간 정도 휴식 시간을 가진 뒤 약을 복용하게 됩니다. 이후 오후 7시경에는 간단한 간식이 제공되며, 클라이언트들이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돕습니다.

만약 클라이언트가 늦은 밤까지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 약물에 의존할 위험이 높아지므로, 이러한 상황은 담당 의사에게 보고되며, 필요시 수면을 돕는 약물이 처방되곤 합니다. 특히, 많은 클라이언트들이 저녁 시간 이후 약물 사용 충동을 경험하기 때문에, 야간 스태프의 적극적인 지도와 세심한 관찰이 매우 중요합니다.

야간 스태프는 오후 9시경부터 취침을 유도하고, 복도에 불필요하게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도록, 그리고 모여서 약물을 사용하지 않도록 점검하여, 안전하고 안정된 환경을 유지하도록 노력합니다.


시설에 있는 클라이언트들을 만나러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은, 이곳의 일과표가 매우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하루가 촘촘히 계획되어 있어, 클라이언트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회복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시설의 특징은 클라이언트의 증상이 호전되고 자립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1년 이내에 그들을 일반 시설로 연계하는 점이고, 일반 생활 시설로 연계되었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클라이언트들에게 자율성이 갑작스럽게 주어지면, 일부 클라이언트들은 다시 약물에 의존하거나 거리 생활로 돌아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 결과 정신 건강이 다시 악화되어 응급 정신병원이나 입원 치료 시설로 재입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하루 일과는, 일반적인 생활 시설이 아닌 중증 정신질환 클라이언트를 위한 전문 보딩케어(Board & Care)의 사례입니다. 미국 내 모든 시설이 이와 같은 수준의 프로그램과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며, 지역, 예산, 운영 주체에 따라 서비스의 질과 내용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시설에서 클라이언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그들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사회로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독에 대한 예방과 조기 개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지속된다면,
언젠가는 집중 보호가 필요한 클라이언트의 수가 줄고,
더 많은 사람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회복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의 작은 관심과 실천이, 누군가의 삶에 큰 전환점이 되길 바라며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사진 출처: Pi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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