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이라는 이름의 완벽한 예술

by KELLY

어릴 적 우리는 삶이 하나의 정답을 향해 달려가는 직선형 레이스라고 믿었다. 좋은 대학, 안정적인 직장,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과 같은 명확한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는 것이 곧 '성공한 삶'이라 배웠다. 하지만 서른의 고개를 넘고, 예상치 못한 시련과 예기치 못한 행운을 번갈아 마주하며 깨닫는다. 진짜 삶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기꺼이 길을 잃고 헤매는 '과정' 그 자체라는 것을 말이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생의 아름다움


삶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당혹감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돌이켜보자. 우리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순간들은 대개 계획표 밖에서 불쑥 튀어오르지 않았던가.


갑작스럽게 떠난 여행에서 만난 인연, 우연히 집어 든 책 한 권이 바꾼 가치관, 그리고 실패라 믿었던 좌절 끝에서 발견한 새로운 재능까지. 삶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로 가득 차 있기에 비로소 예술이 된다. 정교하게 설계된 기계는 효율적이지만 감동이 없듯, 굴곡지고 거친 우리의 삶은 그 불완전함 때문에 비로소 고유한 아름다움을 획득한다.


거창한 목적지보다 소중한 ‘사소한 궤적들’


우리는 종종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즐거움을 유예하며 산다. "이것만 성공하면",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이라는 말로 현재를 저당 잡힌 채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삶이라는 거대한 소설은 결말을 보기 위해 읽는 책이 아니다.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의 향기, 퇴근길 노을이 비치는 창가에서의 사색,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시시콜콜한 농담들. 이런 사소한 궤적들이 모여 삶이라는 거대한 무늬를 만든다. 거창한 목적지는 신기루처럼 멀어질 때가 많지만, 오늘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순간의 온도는 가장 정직한 진실이다. 삶은 '나중에' 도달하는 천국이 아니라, '지금' 내가 발굴해내는 소소한 기쁨들의 합이다.


흉터조차 무늬가 되는 ‘자기 긍정’의 미학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 몸과 마음에 저마다의 서사를 가진 흉터들이 늘어가는 일이다. 예전에는 그 상처들을 감추고 싶어 급급했지만, 이제는 안다. 그 흉터들이야말로 내가 치열하게 살아내고 버텨왔음을 증명하는 가장 명예로운 훈장이라는 것을.


삶은 완벽한 도자기를 빚는 과정이 아니라, 깨진 틈 사이로 금가루를 채워 넣어 더 단단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킨츠기(Kintsugi)' 예술과 같다. 아픔조차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굴곡진 무늬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삶이라는 거친 바다 위에서 유연하게 항해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당신이라는 유일무이한 작품을 위하여


삶이 무엇인지 묻는 당신에게 나는 감히 대답하고 싶다. 당신이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낸 것, 누군가에게 다정한 말 한마디를 건넨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며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삶이라고.


당신의 삶은 누군가와 비교될 수도, 숫자로 매겨질 수도 없는 유일무이한 예술 작품이다. 때로는 비바람이 불고 안개가 앞을 가릴지라도, 당신이라는 우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내며 팽창하고 있다. 그러니 부디, 당신의 삶을 너무 다그치지 마라. 당신은 이미 당신만의 속도로, 가장 완벽한 인생을 써 내려가고 있으니까.



작가의 이전글취하지 않고 머무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