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해져야 한다는 저주에서 풀려나다

by KELLY

20대의 나는 무채색이 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남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출퇴근길에 몸을 싣고,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사는 것은 인생의 패배처럼 느껴졌다. SNS 속 타인들은 매일같이 샴페인을 터뜨리고, 성공의 비결을 설파하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임을 증명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나만 멈춰 서 있는 것 같아 조바심이 났다.


갓생이라는 이름의 채찍질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평범하게 사는 것을 게으름 혹은 정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미라클 모닝으로 하루를 열고, 퇴근 후에는 자기계발에 매진하며, 끊임없이 몸값을 올리는 '갓생'만이 정답인 양 떠들어댄다. 나 역시 그 유행에 뒤처지지 않으려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하지만 매일 밤 녹초가 되어 침대에 쓰러질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서늘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특별해져야 하는 걸까?"


반짝이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들


그러던 어느 주말, 아무 계획 없이 동네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햇살은 따스했고, 강아지와 산책하는 노부부의 뒷모습은 평화로웠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쫓던 특별함은 타인의 박수갈채 속에 있었지만, 내가 잊고 지낸 행복은 이 지루할 정도로 평범한 일상 속에 있었다는 것을.


갓 구운 빵 냄새, 창가에 스미는 오후의 햇살,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걷는 퇴근길. 이런 것들은 인스타그램에 올려도 '좋아요'가 많이 붙지 않는다. 하지만 내 영혼을 진짜로 채워주는 건 1%의 화려한 성취가 아니라, 99%의 평범한 일상이었다.


평범함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어른이 되어보니 알겠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일터로 향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며, 큰 사고 없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 이 평범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인내와 책임감이 필요한지를. 평범함은 재능이 없어서 선택하는 차선책이 아니라, 삶의 파도를 묵묵히 견뎌낸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고도의 숙련된 경지였다.


나는 이제 주인공이 되어 무대 정중앙에 서야 한다는 압박감을 내려놓기로 했다. 화려한 조명은 없어도, 내 삶이라는 연극에서 가장 편안한 옷을 입고 나만의 호흡으로 대사를 읊조리는 조연이 되어도 좋다.


"모두가 별이 될 필요는 없다. 누군가는 별을 바라보며 밤길을 걷는 다정한 행인이 되어도 충분하니까."


나만의 속도가 주는 안도감


남들의 속도계에 나를 맞추지 않으니 비로소 주변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가끔은 길을 잃고 헤매도 괜찮다. 특별한 성과가 없는 하루였다 해도, 내가 나 자신으로 온전히 존재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너 요즘 뭐 하고 지내?"라는 친구의 물음에 "그냥 평범하게 지내"라고 답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 '그냥'이라는 말속에 담긴 평온함과 단단함을 이제는 사랑한다.


오늘도 나는 대단한 성공을 꿈꾸기보다, 내 곁의 사람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고 내가 좋아하는 차 한 잔을 정성껏 우려 마시는 '평범한 하루'를 선택한다. 특별해져야 한다는 저주에서 풀려난 지금, 나는 비로소 가장 나다운 자유를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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