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0일, 가장 고요하고도 찬란한 나의 기념일

by KELLY

12월 30일. 세상은 온통 '마무리'와 '작별'을 말하느라 분주한데, 나는 오늘 새로운 한 페이지를 펼친다. 일 년 중 가장 시끄러운 날들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는 나의 생일. 어릴 적엔 크리스마스 선물과 합쳐지는 내 생일이 손해 보는 기분이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이 묘한 타이밍이 꽤 마음에 든다. 모두가 밖을 향해 축배를 들 때, 나는 가장 깊은 곳의 나를 만나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어난 것만으로도 이미 증명은 끝났다


살다 보니 생일은 축하받는 날이 아니라, 확인받는 날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귀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나에게 확인시켜 주는 날.


우리는 일 년 내내 무언가를 증명하며 산다. 직장인으로서의 유능함, 자식으로서의 도리, 친구로서의 의리.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모든 직함과 의무를 내려놓는다. 내가 오늘 태어난 이유는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나'라는 우주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12월의 찬 공기를 들이마시며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그것만으로도 오늘 나의 임무는 완벽히 수행되었다.


나이는 숫자가 아니라 경험의 두께다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에 한숨 섞인 농담을 던지는 나이가 되었지만, 사실 나는 작년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훨씬 더 좋다. 더 많이 흔들렸고, 더 자주 아팠지만, 그만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너른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주름은 그만큼 많이 웃었다는 훈장이고, 조금 느려진 보폭은 주변의 풍경을 감상할 줄 아는 여유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빛이 바래가는 과정이 아니라, 수채화 위에 덧칠을 더해 색감이 깊어지는 과정이다. 나는 오늘, 작년보다 더 짙고 선명해진 나의 색깔을 자축한다.


나에게 주는 가장 근사한 선물은 너그러움


오늘 나는 나에게 무엇을 선물할까 고민하다, '너그러움'이라는 보이지 않는 리본을 골랐다.

올 한 해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일들, 자책하며 밤을 지새웠던 순간들, 남들에 비해 뒤처진 것 같아 조바심 냈던 마음들. 그 모든 못난 기억들에게 오늘만큼은 휴가를 주기로 했다. "그럴 수도 있지, 애썼다"라는 한마디로 그동안의 나를 꼭 안아준다. 비싼 명품백보다, 화려한 파티보다 내 영혼을 진짜로 배부르게 하는 건 나 자신과 화해하는 이 너그러운 시간이다.


당신의 오늘을 응원하며


12월 30일의 태양은 다른 날보다 조금 더 일찍 저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는 더 긴 밤을 얻어 나만의 촛불을 켤 수 있다.


오늘 하루,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스스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으면 좋겠다. 남들이 해주는 축하보다 더 오래 기억될, 나만의 진심을 담아서. 당신이 태어나줘서, 그리고 이 모진 세상을 견뎌 오늘 여기에 있어 줘서 참 다행이다.


생일 축하한다. 나의 소중한 당신, 그리고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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