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면 계절이 먼저 들어온다.
조금 뜨거워진 바람, 가벼워진 옷차림,
괜히 한 번 더 올려다보게 되는 하늘까지.
아직 완전한 여름은 아닌데,
어쩐지 마음부터 먼저 여름 쪽으로 기울고 있다.
계절은 늘 이렇게 온다.
예고도 없이 성큼 다가와
우리의 하루를 조금씩 바꿔놓는다.
차가운 음료를 찾게 하고,
해가 길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괜히 저녁을 아쉬워하게 만든다.
나는 여름이 오기 직전의 시간이 좋다.
무언가 시작되기 바로 전의 공기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덜 뜨겁고, 아직은 견딜 만한데
곧 찬란해질 날들을 미리 알고 있는 표정 같은 것.
여름이 코앞이라는 말에는
조금의 설렘과 조금의 두려움이 함께 있다.
너무 눈부셔서 쉽게 지칠 것 같다가도,
그만큼 선명한 기억이 생길 것만 같아서
자꾸만 그 계절을 기다리게 된다.
이번 여름에는
조금 더 천천히 걷고 싶다.
쉽게 지나가버리는 저녁놀을 오래 바라보고,
금세 녹아내리는 얼음컵을 손에 쥔 채
아무 일 없는 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싶다.
여름은 늘 뜨겁게 지나가지만,
돌아보면 이상할 만큼 뭉클한 계절로 남는다.
그래서 올해도 나는
코앞까지 다가온 여름을
조용히, 그리고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맞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