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수
이 글은 나의 학창 시절 입시 이야기, 나의 결핍과 그에 대한 극복을 주로 다루는 내용이 될 것 같다
진성 이과 학생이자 현재 수의대생인 나는 글 쓰는 것에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가장 많이 읽은 글이 수능 비문학인 만큼
이렇게 자판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일이
익숙지는 않다
하지만 내가 용기를 내어 나의 삶을 꾹꾹 눌러 담은 글을 써보고자 하는 것은,
입시라는 거대한 바다에 입수한 후
살아남으려 허우적 대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가 또 가라앉는 것을 반복한
내가
이 바다를 여유롭게 유영하려 노력하는 과정이
나와 비슷한 상황이 아닌 누군가에게도 도움과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의 지난 입시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 불편함‘이다
중학교 1학년때 수학을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을 때, 중학교 2학년 때 쳤던 첫 시험에서 전교에서 절반정도의 등수를 받았을 때, 수의사가 꿈이라고 떠들어대던 내가 그 성적표를 부모님께 보여드릴 때
내 마음속에는 불편함이 가득했다
이 불편함을 해소하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픈 중2의 자존심이었던 것 인지 그렇게 나는 ’ 공부‘라는걸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그만큼 우수하게 나오는 결과에 나는 늘 만족해 오며
여느 인터넷에서 유명 강사, 위인들이 말해대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노력을 했는대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라는 말들을 나의 인생 모토로 삼았고,
인격이 형성되는 사춘기 시절, 중학교 2학년의
나는
’ 공부 잘하는 성실한 아이‘라는 타이틀을 나와 삶을 이어주는 유일한 연결고리로 삼았다
그때부터 나는 미래에 수의사가 될 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라는 거창한 말들을 떠들어대며
삶의 이유를 공부에서 찾아 나서고 있었다
이런 내가 무너졌던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나름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던 나는 이제 입시의 최전방에 섰다는 생각에
설레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늘 해왔던 대로 열심히 노력했고, 또 나의 노력을 믿으며 시험장으로 향했다
선행이나 입시정보를 잘 몰랐던 나는 중학교 수준의 시험에 익숙해있었고, 처음으로 마주한 고등학교 시험은 내 예상만큼 만만하지 않았다
그렇게 결국 나는 고등학교 첫 시험에서 1,2등급보다 3등급이 많은 성적을 받게 되었다
처음 성적표를 받았을 때 나는 이때까지 느껴왔던 ’ 불편함‘이 ’ 불안함‘과 ‘두려움’으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때까지 내가 쌓아왔던 모든 것이 무너지는 기분
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자존심이 부서지는
기분을 느끼며
나의 유일한 삶의 목표이자 내가 살아야만 하는 이유였던 공부의 길이 흐릿해지자 이때까지 뚜렷하게 보이던 나의 미래에 대한 길이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고등학교 첫 시험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거라고, 공부를 함으로써 나의 눈부신 미래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거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처음으로
“현재를 희생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미래를 얻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그럼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거지? “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고, 내 삶의 이유와 목표를 모두 흐릿하게 만드는 일이 되었다
그때 나는 어딘가 붕 떠버린 사람처럼 굴며
왜인지 모르게 창문을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었다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떠올리는 것은
해내지 못했을 때 무너질 나를 다독이기 위해
하는 말
”해내지 못해도 괜찮아 “라고 말해주는 누군가의 말이
”너는 해낼 수 있어 “라고 말하는 이들의 압박보다
나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왜일까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