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과 내가 있는 곳이 우리 집
30대 끝자락,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먼 동네로 이사를 왔다. 지하철도 없고, 버스는 10시에 끊기는 그런 곳에 직장 하나를 보고 말이다. 하나로마트가 나의 유일한 참새방앗간이 되었고, 배달음식점이 몇 군데 없어서 강제로 집밥을 먹게 되었다.
다 사람 사는 곳이라며 위로하며 이사 왔던 날, 사실 계속 눈물을 흘렸었다.
서울에서 태어났다고 서울이 내 고향은 아니지만, 이제 정말 혼자라는 외로움이 한 번에 몰려왔었다.
같이 사는 사람이 중요하지, 사는 곳이 뭐가 중요하냐고 했던 내가 혼자 버려진 것 같은 상실감을 느낀 것이었다.
처음 혼자 살게 된 집은 직장을 잡고 얻은 분당의 소형 아파트였다.
천당 밑에 분당이라고 했던가, 서울에 살던 때보다 백화점과 문화혜택을 더 많이 누렸던 것 같다.
탄천으로 운동을 다니고, 주말엔 백화점 주변에 밀집된 카페와 맛집을 다녔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분당에 신혼집을 차렸었다.
사랑이 넘치던 시기엔 매일 밤 다양한 메뉴의 술집을 다니며 일하고 먹고 마시고… 즐거운 모든 걸 누렸던 것 같다.
그땐 집의 소중함을 몰랐었다.
지나치게 외향적인 나에게 집은 깨끗하게 청소만 해놓고 잠을 자는 곳, 그게 전부였었다.
그러다 혼자가 되면서 얻은 월세의 작은 15평 아파트, 그곳에서 집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정확히는 같이 나가서 놀아주고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혼자 밥 먹고 술 마실 수 있는 집에 정을 붙이자 맘을 먹었었다.
처음엔 혼자서 지내는 그 공간이 낯설고 무서워 자다가 눈을 뜨면 여긴 어딘지 둘러보며… 일어나곤 했다.
사실 집의 낯섦보다 혼자가 된 걸 깨닫는 괴로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
혼자 살고 1년이 지난 후 코로나가 시작되었고 난 더욱 집에서만 지내게 되었다.
그렇게 그 집에서 4년을 보내고 나니 알게 됐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깨끗하게 청소한 내 공간, 내가 좋아하는 살림살이가 가득 차 있고, 나와 고양이가 쉴 수 있는 집이란 걸 말이다.
아직도 이사 온 이 공간과 동네가 낯설다.
맛있는 카페와 산책코스를 찾지 못했고 집에서도 침대 위, 소파에서만 지내는 걸 보니 말이다.
여전히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잘 나가지를 않는다. 그래서 정을 붙이려고 쓸고 닦고 바닥에 괜히 누워있기도 해 본다. 나란 사람은 정을 붙이고 익숙해지는 데 참 오래 걸리는 사람인가 보다.
괜찮다.
고양이들과 함께라면 어디에서든 난 행복할 수 있다.
이들을 지킬 수 있고, 내가 쉴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나의 집이다.
그러니까, 오늘도 난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