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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우 Feb 20. 2023

혼자라서 싸우지 않게 됐다

여행은 함께라 좋았던 걸까

약 2년 반동안 독서실과 스터디카페에서 공부만 나에게... 공무원 합격통지 후 주어진 3주간의 시간.


그때 5박 6일 제주도를 다녀왔다.

하루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하루는 햇빛이 쨍거렸다가

마지막까지 태풍이 오다 말다 하는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얼마나 행복하고 얼마나 소중한 기억인지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과 싸우지 않는 여행이 소원이었다.

해외여행을 떠나면 낯선 곳, 언어장벽을 넘어서 손해보지 않고 코베이지 않기 위해 잔뜩 날이 선 나를....

이끌어주고 달래주지 않는 그 사람이 너무 미웠다.

아니, 한심했다.

나를 위해 좋아하지 않는 여행을, 그리고 그런 여행지를 같이 떠나 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었다.


다 내 덕에 좋은 경험하는 거라며 그에게 자신 있게 말하고는 나보다 길을 더 못 찾고, 영어를 못하는 그를 더야박하게 대했었다.


여행은 참 피곤하고, 참 아련하게 행복했다.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과 이번 생에 새로운 나라, 도시, 경험을 한다는 게 얼마나 복 받은 일인가라며 박 터지게 싸우면서도 여행을 고집했다.


많은 나라를 함께 다녔다. 다 내가 계획하고 주도하고 이끌어가면서. 아마 나만 좋아했던 일이었을 거다.

여행지에서의 싸움과 그의 노력 없는 무임승차 같은 태도에 질려버렸을 때, 우린 헤어졌고 난 이제 싸우지 않아도 되는 여행을 다닌다.


가고 싶은 데도 막 갈 수 있고, 더 이상 싸움에 지쳐서 울다 잠들지 않는데 여행이 예전만큼 즐겁지가 않아 졌다.


슬픈 일이다.

혼자가 되니 피곤함도, 행복도 조금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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