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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그리기(6)
연꽃의 한살이에 얽힌 시간을 보다
by
구자훈
Dec 1. 2025
지우개로 꽃잎 위의 색을 걷어내기 시작한 어느 순간,
거짓말같이 꽃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우며 꽃이 가진 특성을 찾아갔다.
꽤 오랫동안 채우며 사는 게 마땅히 해야 할 가장의 의무로 여겼다. 집도 채웠고,
가슴에 희망(욕심)도 채웠고,
기대를 채웠고,
성취욕을 채우며 살았다.
비워야 새로운 샘물이 채워질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모른 것은 아니었을 테지만
실천하지 못하며 사는 보통의 대한민국 중년이었다.
시간이 바뀌어도,
장소가 변해도,
인종이 달라도,
역사적 배경이 같지 않아도
그럼에도 생명체로서 변함없는 가치를 추구해 볼 생각을 못 하였으니,
그저 그런 일상으로 삶을 채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근본 가치는 단순한 것.
그 지겹던 잎사귀 채색도 더불어 끝을 보인다.
테두리 색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 끝에 귀한 꽃이 담길 것이므로
좋아하는 보라색으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름을 붙여준다.
‘이슬과 연꽃’
지금 내 앞에 세워놓고 자꾸 들여다보고 있다.
이 글의 끝에 그림을 다시 보니 그녀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11월 중순에, 도심의 가을이 단풍으로 빛나는 시절에, 쌀쌀한 바람이 기분 좋게 머리를 쓰다듬는 시간에, 나는 연꽃과 더불어 별 빛나는 밤을 보내고 있었다.
‘알면 사랑이 시작된다’
나의 사랑은 이미 시작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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