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며칠 전에 그림 한 장을 그렸습니다. 마음에 드는 그림은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그림들은 기술적으로 잘 그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릴 때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림의 기술적 완성도가 생각만큼 중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첫 선을 긋는 순간 언제나 그놈의 강박관념과 싸우게 됩니다. 이제 그림을 그렸다면 나의 그림에 이야기를 부여해 보세요. 그 순간 강박관념 속의 못난이로 보였던 나의 그림이 빛을 내며 살아 움직일 겁니다.
위의 그림을 그려나가는 순간부터 마구마구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이야기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혼자 시골 역에 남겨진 어린 남자아이가 있습니다. 지나가던 나이가 좀 더 많은 소녀가 아이에게 다가갑니다. "왜 여기 혼자 있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도움이 필요한 어린아이를 돕는 다른 어린아이의 풍경에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여행을 온 가족이 있습니다. 장면 안에는 누나와 동생만 잡혔군요. 동생이 화가 나 있습니다. 누나가 물어보죠. "너 왜 화가 난 거야?" 그러자 볼멘소리로 동생이 말합니다. "왜 내 가방만 무거운 거야?!" 이 이야기가 떠오른 이유는 제가 어린 남자아이의 가방을 너무 크게 그리는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남자아이는 일어서지도 못할 것 같군요. 그러니 화가 날 수밖에요.
이 그림을 본 당신은 어떤 이야기가 떠오르는지 궁금합니다. 그림도 글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그림이라도 모두 이야기가 묻어있기 마련입니다. 혹시 지금 그림을 시작하려는 분이 계시다면 너무 기술적인 면만 바라보지 마세요. 이야기가 상상되는 그림, 내 이야기가 전해지는 그림.. 글로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림은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