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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Sep 18. 2022

자본주의와 예술, 훌륭한 예술이란?

셀럽의 예술작품 가치는?

어느 유명 연예인이 예능 프로에 나와서 자신의 글을 카카오 브런치에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후 카카오 브런치에 접속해 보니  화면에 그의 글이 자리 잡고 있더군요. 얼마 전에는  연예인이 장난  진지함 반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포털 기사에서 제법 진지한 제목으로 그의 그림을 소개했습니다.


누구는 그런 유명인들에게 신랄한 비평을 합니다. “왜 그렇게 그림을 그리는 유명인들이 많은가? 지난한 공부의 노력 없이 뭔가 있는 것처럼 속일 수 있고, 유명세로 비싸게 팔 수도 있으니 그림은 남는 장사이다. 그들에게 예술이란 그럴싸한 이력과 돈도 챙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부업이 아닐 수 없다.”


꾸준함이 최고라는 믿음을 가지고 예술을 하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무척 허탈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예술가의 자격을 누가 부여하는 것인가요? 그 누구도 예술을 할 수 있어서 예술은 위대한 것이 아니었던가요? 유명인이 갑자기 예술을 한다고 해서 그렇게 비난받을 일인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셀럽의 예술작품 가치는?

자본주의와 예술, 훌륭한 예술이란?

저는 다른 글에서도 자주 이런 말을 합니다. “그림에는 잘 그린, 못 그린 그림이 없습니다. 당신도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제가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공개할 수 있는 용기도 이런 저의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자격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넓게 보면 예술이란 모든 행위에 특별한 자격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왜 유명인이 예술을 하면 저는 그렇게 배가 아프고 못마땅할까요?


돈 때문입니다.


유명인들이 예술을 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무의식에 숨어 있던 한 가지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저는 제 글과 그림의 목적이 돈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유명인이 쓴 한 편의 글이, 처음 그렸다는 그림 한 장이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다는 소식이 나로 하여금 돈이라는 욕망에 휘둘리게 만듭니다.


우리 대부분은 자본주의에서 태어났고 자랐습니다. 돈에 의연하다고 하는 그 누구도 무의식 깊은 곳에는 돈에 대한 욕망이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유명인, 즉 셀럽들이 누구인가요? 자본주의의 산물이자 돈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이 돈과 상대적으로 멀어 보이는 분야에 들어오는 순간 그 판은 흔들리게 됩니다.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유명인의 작품들이 훌륭해서 팔리는 것이 아니라 유명해서 팔린다는 사실을요.


한순간에 갑자기 예술가가 되겠다고 하는 유명인들. 그리고 그런 유명인들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호들갑을 떠는 각종 매체와 호사가들. 이는 전방위로 관련된 스타마케팅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해당 유명인과는 관련 없이 업계가 이슈 몰이를 하고 싶어 벌이는 자발적 마케팅일 수도 있습니다. 유명인들의 작품들이 비싸게 판매되는 것은 가능합니다. 팬덤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겠죠. 그러나 비싸게 판매되는 작품이 훌륭하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제가 종종 보는 유튜브중 그림 갤러리를 운영하는 유튜버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이냐고요? 잘 팔리는 작품입니다." 비싼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말하는 이 유튜버의 이야기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맥락이 있습니다. 좋은 작품이란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는 것이죠. 그림이 산업이 되려면 시스템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자본주의하의 모든 시스템의 기준은 "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유튜버도 그가 말한 좋은 작품이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하지는 못할 겁니다. "좋다"라는 단어에는 너무도 다양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로 돈 되는 작품이 포함될 겁니다. 


인플루언서(influencer)라는 사회적 지위가 최고의 가치가 된 세상입니다. 누구보다 많이 먹고, 누구보다 게임을 잘하고, 누구보다 여행을 많이 다니고, 누구보다 옷을 잘 입는 것 등등으로 "유명함"을 쟁취합니다. 그리고 부자가 됩니다. 그러나 뭔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그들의 가치는 누구에게는 최고이지만 누구는 거들떠보지도 않죠. 시대에 따라, 트렌드에 따라 그들의 가치는 변합니다. 유명인을 부자로 만드는 가치는 그런 변화무쌍한 가치들입니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가치도 있습니다. 그것은 시간의 양입니다.


오랜 덕후 생활로 유명인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잘 팔리는 좋은 작품의 기준이 돈이라면, 훌륭한 작품의 기준은 그 작품에 깃든 시간의 양이 아닐까요?. 덕질을 하는 아이에게 어른들은 말합니다. 돈 안 되는 짓 그만하라고 말이죠. 그런 온갖 핍박과 조롱, 꾸짖음에도 그 어린 덕후는 어른이 될 때까지 견뎌냅니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시간의 양으로 훌륭함을 얻습니다. 


유명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의 글이, 그림이 관심을 받고 비싸게 팔립니다. 부럽습니다. 배가 아픕니다. 당장 저도 각종 SNS에서 유명해지는 편법들을 검색하고 실행해서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구독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해볼까? 하는 유혹에 매일 시달립니다.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 사람들은 1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과대평가하고, 10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과소평가한다. 

- 10년 동안 할 수 있으려면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지루한 10년을 버틸 수 있는 힘은 내가 좋아하는 일의 재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유명함 하나로 전혀 다른 분야의 명성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결국 훌륭함을 판별해 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의 가치를 알고 실행한 사람에게 훌륭함을 선물합니다. "10년 뒤 뭐가 바뀌겠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겠습니다. "많이 바뀝니다. 지금의 당신이 10년 뒤 당신을 알아볼 수도 없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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