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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Jan 31. 2023

여우 시리즈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그림을 오래 그리다 보면 자주 그리는 대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저에게는 “오드리 헵번”이 대표적인 그 대상입니다. 그리고 "여우"도 자주 그리게 되더군요. 왜 여우를 자주 그리게 된 것일까요? 여우가 저에게 주는 이미지가 무엇이길래 여우가 저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여우 시리즈

제가 가지고 있는 여우에 대한 이미지는 늑대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습니다. 특히 겨울 눈 속의 여우 사진을 봤을 때 그 묘한 이미지에 눈을 떼지 못했고, 그대로 그림으로 옮겼죠. 무엇보다도 여우에 대한 지금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결정적 계기는"어린 왕자"일 겁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속 여우는 제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 존재입니다.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길들여짐에 대한 여우의 가르침은 언제나 저의 가슴을 울립니다.

내겐 넌 아직 수십만의 아이들과 같은 어린아이 일 뿐이야.
난 네가 필요하지 않고. 너 역시 내가 필요하지 않아.
너에게는 수십만의 여우들과 같은 여우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하게 될 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가 될 거야.
나는 너한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고...
...
네가 날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햇빛을 받은 것처럼 밝아질 거야.
다른 발자국 소리와는 다르게 들릴 너의 발자국 소리를 나는 알게 될 거야.
다른 발자국 소리가 나면 나는 땅 속으로 숨을 거야.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소리처럼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길 봐! 밀밭이 보이니? 나는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나한테 쓸모가 없어.
밀밭을 보아도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
그래서 슬퍼!
그러나 네 머리칼은 금빛이야.
그래서 네가 날 길들인다면 정말 신날 거야!
밀도 금빛이기 때문에 밀은 너를 기억하게 해 줄 거야.
그래서 밀밭을 스치는 바람소리까지 사랑하게 될 거고...

가령 오후 네 시에 네가 온다면
세 시부터 나는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당신에게 여우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의 여우 같은 특별한 존재가 있나요? 그림을 그리다 보면 몰랐던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그런 자신을 마주할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하죠. 누구는 일기를 쓰며 자신을 되돌아봅니다. 저는 매일 그리는 그림을 통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몇 장 그릴 때는 모릅니다. 어느덧 쌓여있는 그림들을 보며 깨닫게 되죠. 어떤 형태로든지 자신을 기록해 보세요.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그것들이 놀라움을 선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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