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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Feb 09. 2023

너무도 연약하고 귀한 일상의 한 장면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요즘 (2023년 2월) 대한민국은 미세먼지가 많아서 연일 미세먼지 주의 알림이 옵니다. 한동안 집안에만 있다가 탁한 공기에도 불구하고 산책을 나갔습니다. 제가 자주 다니는 산책길은 변함없는 모습입니다. 한가하게 거닐고 있는 사람들, 아직 쌀쌀하지만 곧 봄이 올 것 같은 익숙한 주변 풍경.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거의 똑같을 일상의 장면들입니다. 하지만 그 일상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너무도 연약하고 귀한 일상의 한 장면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들려온 최악의 지진 참사 소식은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악스럽고 슬픈 일이었습니다. 아직도 그 슬픔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무너진 건물 속에 남겨진 가족들을 찾는 울부짖음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냥 갑자기 찾아온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은 어떻게 치유해야 할까요? 


정말 소중하지만 그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치는 일상은 너무도 연약합니다. 영원히 쳇바퀴처럼 돌아갈 것 같아서 지긋지긋한 일상. 너무도 견고해서 웬만한 힘으로는 부서질 것 같지 않은 일상을 우리는 탈출하길 희망합니다. 그렇지만 일상은 너무도 연약합니다. 언제, 어떻게 우리 곁을 떠날지 모릅니다. 일상이 떠나간 자리에서 우리는 목 놓아 울 것입니다.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 나 자신을 한탄하면서요.


일상을 한 순간에 빼앗긴 비통한 사람들이 다시 일상을 맛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너무도 큰 슬픔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가능하다면 비극이 일어나기 전, 평화롭고 한가로운 순간의 기억 일부분만이라도 다시 느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바랍니다. 일상의 소중함과 그 일상이 얼마나 쉽게 부서질 수 있는 것인지..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저는 또 잊겠죠. 일상의 소중함대신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게 화를 낼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산책길에서 보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풍경에서 느낀 이 슬프면서도 감사한 마음을 쉽게 잊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등 이번 지진 참사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이 평화로운 일상을 빨리 회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일상을 잃은 모든 사람들이 일상의 행복을 다시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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