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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Jul 20. 2023

가사가 잘 들리는 노래는 촌스러운가요?

좋은 노래의 조건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노래를 고를 때 기준이 있나요? 저는 멜로디가 좋으면 다 좋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영어를 몰라도 "아바"의 노래를 들었던 이유가 그것이었죠. "제이슨 므라즈"의 노래를 듣는 이유도, 재즈나 팝송을 즐겨 듣는 이유도 멜로디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가사의 중요함을 알려준 영화 한 편이 있었습니다.


좋은 노래의 조건

가사가 잘 들리는 노래는 촌스러운가요?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Music and Lyrics)"은 음악을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우연히 노래 한곡을 만들게 된 남자와 여자. 작곡을 맡은 남자는 노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멜로디라고 말합니다. 작사를 맡은 여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이렇게 말하죠.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의 한 장면

"멜로디는 비유하자면 첫 만남 같은 거죠. 하룻밤의 관계랄까요?! 가사는 그 후의 연애와 같은 거죠. 진정한 사랑말이에요."


요즘 저는 가사가 좋은 노래가 좋아졌습니다. 늙은 거라고요?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좋은 가사를 좋아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니까요. 예능 프로그램 중에 가사를 맞히는 예능이 있더군요. 젊은 가수 출연자들도 나오는데 그들도 들리지 않는 노래 가사들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옛날 사람의 귀에만 안 들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늙고 젊고를 떠나서, 요즘 아이돌이나 트렌드 한 노래들은 가사를 알아듣기 어렵다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었던 거죠. K-팝이 글로벌로 유통되다 보니 영어로만 된 가사들도 많아졌습니다. 


가사도 "시"입니다. 어쩔 수 없이 문법에 어긋나고 낯선 문장이 허용됩니다. 발음도 어느 정도 왜곡될 수 있죠. 문제는 그런 정도의 수준을 뛰어넘어 판독 불가능한 가사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것이 세련된 것이라는 이상한 유행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언론 기사를 읽다 보면 "이거 AI가 썼구먼!"이라며 인상을 찌푸리는 글들이 있습니다. 노래 가사도 그런 경험을 종종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놀라운 것은 사람이 쓴 가사인데도 말이죠. (작사도 작곡도 당연히 모두 AI가 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영화 속 작사가가 말하는 가사의 힘을 다시 한번 떠올려봅니다. 첫눈에 반하는 것도 좋지만 진정한 사랑은 오래갑니다. 오래 사랑받는 노래들에는 반드시 좋은 가사가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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