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작가, 배우파업에 대한 단상
현재 (2023.08.17) 할리우드의 작가, 배우 파업으로 거의 모든 영화산업이 멈춘 상태라고 합니다. 예상과는 다르게 오래 지속되고 있고 그 심각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파업이 일어난 주된 이유를 알게 되면 그 의미가 사뭇 다르게 다가옵니다. 이번 파업은, AI가 자신들의 직업을 빼앗는 것에 대해 인간들이 보인 대표적 집단 대응 사례가 될 것입니다.
위의 그림은 그 유명한 영화 "벤허"의 전차 경주장면입니다. 할리우드 영화들 중 가장 아날로그적으로 대표적인 영화가 무엇일까요? 저는 "벤허"가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작품성, 예술성에 대한 것이 아닌 엄청난 물량공세, 수많은 엑스트라들의 출연.. 아날로그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영화산업이 왜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고용효과는 그 당시 영화가 고용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했는지 가늠하게 해 줍니다.
지금 최신의 기술은 AI만으로 상업영화 한 편을 만들 수 있게 해 줍니다. 물론 영화적 완성도는 논외입니다. 조만간 킬링타임용 팝콘 무비의 수준까지 올라오게 될 것이라는 예상에 이견은 없어 보입니다. AI로만 영화를 만든다는 의미는 사람의 완전한 배제입니다.
할리우드의 작가, 배우들의 파업은 이길 수 없는 싸움입니다. 아마도 파업의 주체들도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변화가 도덕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흘러가고 그 물살의 힘이 너무 거대해서 거스를 수 없는 것이죠. 다만 최소한의 충격을 받고 싶다는 것일 겁니다.
할리우드의 모든 영화들이 연기되고 개봉 지연으로 인한 손실이 어마어마할 텐데, 제작사들이 강공을 하는 이유는 현재 제작비용의 부담이 한계를 넘어섰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AI의 적극 도입으로 인한 제작비 감소가 절실한 것 같습니다. 결국은 해결이 되겠지만 작가나 배우들이 요구하는 전면적인 AI배제는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AI와 인간 작가, 인간 배우들의 공생으로 일단락될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AI의 비중은 급속도로 늘어나겠죠.
할리우드의 작가, 배우들 중 어떤 사람들이 살아남을까요? 물론 스타작가, 스타배우들은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무명작가, 무명배우들 중 "할 것도 없는데 메인작가 옆에서 생활비나 벌어야겠다." "저 뒤에 가만히 서있는데 돈을 많이 주네? 엑스트라 괜찮은걸!"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결국 진짜 작가가 좋아서, 배우가 좋아서 뛰어든 사람들만이 살아남겠죠. 이것은 비단 영화 종사자만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