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클래식", "늑대의 유혹"의 스포일러가 있을지 모릅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2023년 8월 1일입니다. 8월이 되었네요. 7월은 비피해도 많았지만 폭염이 무섭게 이어지고 있어서 8월이 되자마자 떠오르는 생각은 얼마나 더 더울까?라는 걱정입니다. 그래도 8월에 꼭 그려야 하는 그림,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영화 속 비 오는 장면을 그리다 보니 다른 영화 속 장면들도 떠오르더군요. 비 오는 날 가장 로맨틱한 세 장면을 그려 보았습니다.
비 오는 날의 판타지가 있습니다. 썸 타는 사이의 연인, 비가 오는데 서로 꼭 붙어서 비를 피해 달려갑니다. 밀착된 느낌은 가슴이 터질 정도로 설레게 만듭니다. 학창 시절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는 우리를 판타지의 세계로 빠지게 만듭니다. 예쁜 그녀가 나의 우산 속에 들어와 "잠시 비 좀 피할 수 있을까요?"라고 말을 한다든가, 내가 예쁜 그녀의 우산 속으로 뛰어드는 상상. 하지만 이런 기대들이 모두 판타지의 장르가 되었던 이유는 우산 든 그녀는 예쁘지 않았고, 그녀의 우산 속으로 돌진할 나는 잘생기지도 용기도 없었기 때문이죠.
아래 세 가지 유형중 당신이 꿈꾸는 판타지를 선택하세요.
1)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이. 갑작스럽게 내린 소나기에 우산 하나만으로 비를 피합니다. 우산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한쪽 어깨가 다 젖는 것도 모르고 상대방에게 우산을 기울입니다. 처음 느끼는 상대방의 온기. 어색함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비속을 걷지만 자꾸 새어 나오는 미소는 감출 길이 없습니다.
2) 약속에 늦었습니다. 소나기는 무섭게 내리는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그때 누군가 나타나 자신의 겉옷으로 하늘을 가리고 같이 뛰자고 합니다. 꼬마시절 동심의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입니다. 별다른 이유도 없는데 마냥 웃음이 납니다. 곁눈질로 힐끗 본 상대는 너무 잘생겼네요.
3) 소나기가 갑자기 쏟아지네요. 다행히 우산을 가져와서 안심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우산 속으로 돌진해 들어오더니 어깨를 감싸네요. 순간 무서웠습니다. 요즘 무서운 세상이잖아요. 그런데 올려다본 상대는 "강. 동. 원"! 저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던 게 틀림없습니다. 우산 그냥 가져가세요.
비 오는 구질 구질한 날도 누구에게는 천상의 날이 될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폭우는 예외입니다.) 햇빛 쨍쨍한 날의 판타지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지네요. 아직도 우리의 마음속에 판타지가 남아있다는 것은 그 판타지가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겠죠. 현실로 이루어진 판타지는 더 이상 판타지가 아닐 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속 남아있는 판타지가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