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조절 장애와 마주하다
내가 화를 냈을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내가 화를 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화를 내는 것은 환영받을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를 냈다는 사실은 그만큼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죠. 그 이유를 목숨같이 지키게 됩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기억하는 사람은 오직 나뿐임을 알게 되죠.
브런치 매거진 "분노 조절 장애와 마주하다"에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다행히 그동안 별다른 화를 낸 경험이 없는 것 같네요. 내가 분노 조절 장애가 있는 것 같다고 선언한 순간 많은 것들이 좋아졌습니다. 지난 글에서 예고했듯이 이번 글에서는 어떻게 분노를 다스리면 좋을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가 교통법규를 지키는 것에 강박적인 성격이라고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 저는 교통법규를 안 지키는 사람들에게 화가 납니다. 비슷한 이유들로 불특정 다수들에게 불만이 폭발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아내는 이렇게 말했죠. "즐겁기 위해 나들이를 나왔는데 기분 망치지 말아요." 화를 내는 순간 그들의 잘못이 나와 연결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신고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분노의 단계까지 안 가도록 노력합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라고 혼잣말을 할 뿐입니다.
진짜 문제는 남과 일대일로 얽히는 분쟁 상황입니다.
예전에 옆집 사람과 분쟁이 발생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자정을 넘겨서 우리 집 가족 모두 귀가를 했습니다. 그런데 옆집에서 찾아온 것입니다. 개들이 계속 짖어대서 너무 시끄럽다고요. 여기까지는 저의 죄송한 마음이 분노로 바뀔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한마디 더 하더군요. "집도 조그마한 곳에 살면서 개는 왜 키우는지..." 다행히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옆집 사람은 저의 원수가 되었고 온갖 잔인한 상상으로 머릿속에서는 수백 번 복수를 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난 어느 날 어처구니없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집 밖에 둔 자전거를 살피고 있던 저에게 그 원수 같은 옆집 사람이 말을 거는 겁니다. "누구세요? 그 자전거 옆집 건데 왜 그러시죠?" 옆집 사람은 나를 기억하지도 못했고, 나와 싸웠다는 사실도 잊었으며 심지어 나를 위해 자전거를 지켜주려고까지 했던 겁니다.
내가 그 사람과 왜 싸웠는지? 내가 왜 화가 났는지 그 이유는 곧 사라집니다. 만약 내가 분노에 못 이겨 옆집 사람을 때렸다면 그 결과는 영원히 세상에 남게 되었을 겁니다.
분노할 수밖에 없는 그 어떤 이유도 세상의 기억 속에서 금방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과 1년도 걸리지 않고 싸움의 이유는 사라집니다. 싸움의 상대방 마저 나를 잊고 지냅니다. 지난 분노의 상황들을 돌이켜보면 기억에 남아있는 이유는 몇 개 없더군요. 99%는 분노할만한 이유가 아니었던 겁니다. 의심은 좋지 않은 버릇이지만 지금 분노하고 있다면 그 이유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