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시작은 불안이다.

분노 조절 장애와 마주하다

by 그림한장이야기

얼마 전, 별 다른 일도 아닌 것에 매우 불안을 느낀 사건이 있었습니다. 지난 글들, "이래서 마감이 어려운 것이구나!", "불안할 때 그림을 그릴 수 있어 다행이야."에서도 언급되었던 일이죠. 그 불안이 악화가 되면 분노가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분노 조절 장애와 마주하다

분노의 시작은 불안이다.


저는 "삶의 디폴트 값"이란 글을 쓰면서 세상의 디폴트 값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저의 내면에 어둡게 자리 잡고 있는 비뚤어진 디폴트 값을 바꾸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대부분의 불안은 그 디폴트 값에서 나오고 있었던 겁니다.


저에게 불안은 사람들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저의 감정은 이런 디폴트 값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뭐야? 또 나에게 무슨 시비를 걸려고?", "정신 바짝 차려야 돼! 나를 속일지도 몰라." 저는 상대방에 대해 기본적으로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얼마 전 발생한, 그 사소한 사건이 왜 불안했냐면, 사람을 만나서 사건을 조율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저의 무의식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죠. "조심해야 해. 손해보지 않게 정신 차리고. 잘못하면 그가 문제를 나에게 덮어씌울 수 있어." 결과는 별다른 문제도 없었고, 상대방은 극악무도한 악당이 아닌 평범한 이웃이었습니다.


상대방을 대하는 디폴트 값이 "경계"로 고정된 후, 저의 불안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경계태세는 에너지가 많이 들고 예민해집니다. 그것 자체로 불안함이죠. 그러다 보니 분노의 감정으로 쉽게 전이가 됩니다.


대책 없는 낙관이나 무조건 사람들을 믿는 것이 지금의 사회에서는 위험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관계에서 경계태세를 유지한다면 불안과 분노를 잠재우기 힘들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을 대함에 있어서 디폴트 값을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특별한 위기 상황이 아닌 일상에서는 경계태세를 낮추기로 말이죠. 특별한 위기 상황에는 어떤 경우가 있을까요? 그런 위기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눈빛만 봐도 알 것 같네요.


너무도 편하게 접근해서 사기 치는 인간들도 많이 있습니다. 물론 조심해야 합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상대방들을 모두 그런 인간으로 간주하다 보면 저같이 문제가 생깁니다. 어느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주인공 경찰이 악당에게 말하죠. "그래, 너 같은 나쁜 놈들은 계속 나올 거야. 그렇지만 우리 착한 사람들도 계속 너희들을 잡을 수 있어. 너희 나쁜 놈들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언제나 착한 사람들이 더 많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