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시선과 비슷하게 따뜻한 익숙함.
순댓국
깍두기
양파
부추
쌈장
11월의 문을 닫는 날은 토요일이다.
숲과 나는 토요일 점심엔 보통 외식을 한다.
12월이 문을 열고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11월 마지막 날의 점심은 순댓국이다.
순댓국이라는 음식은
10년 전 즈음 5000원으로 배불리 먹었던 기억을 상기시킨다.
지금은 대표 서민음식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아야 할 정도로
초록 용포를 입고 계신 세종대왕님을 내드려야
그 뜨거운 허여멀건한 국물을 맛볼 수 있다.
서민음식을 먹는데 조선의 국왕을 내드려야 한다니
참으로 피눈물 나게 하는 인플레이션이다.
숲은 이런 국밥 종류로는 ’추어탕‘을 좋아한다.
바쁘고 무거운 스케줄로 기력이 허하다고 느껴질 때
추어탕으로 기력을 보충하곤 한다.
순댓국과는 라이벌 관계일까 동료의 관계일까
추어탕을 파는 곳에서 순댓국을 같이 파는 건 봤어도
순댓국 전문점의 메뉴판에서 추어탕을 보진 못한 것 같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숲은 오늘로 순댓국에 숟가락을 담근 것이 두 번째란다.
순댓국 특유의 돼지냄새 때문에 먹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약간 걱정을 했으나 숲은 추어탕으로 쌓인 국밥짬밥으로 내 근심을 날려줬다.
야무지게 부추 넣고, 새우젓으로 간하고, 좋아하는 들깻가루 듬뿍 넣어서
내가 보는 숲의 모습 중 가장 이쁜 모습인 ‘먹는 모습’으로 내 입꼬리를 올렸다.
피눈물 나게 하는 인플레이션은 이미 잊어버렸고
테이블 위엔 비워져 가는 뚝배기와 저작운동마저 이쁜 숲,
세종대왕님보다 온화하게 숲을 바라보는 내가 있었다.
익숙하지 않았던 음식 나랑 같이 먹어줘서 고마워.
진정한 서민으로 거듭난 걸 축하해.
배부르게 채워줘서 오늘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