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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대학생의 유럽 여행 102일 차

낭만과 미식 가득한 스페인 남부

by 빈카 BeanCa

오늘도 본격적으로 남부 투어를 하는 날이다. 아침에 간단하게 요구르트와 계란, 그리고 오렌지를 먹고 집을 나섰다. 론다에서 출발해 첫 목적지는 프리힐리아나이다. 역시 산 위에 있는 마을인데, 하얀 집들과 여유로운 분위기가 유명한 도시이다. 간식도 먹으며 운전해서 가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 점심부터 먹었다.

리뷰가 좋은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산과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뷰였다. 피스타치오 후무스와 과카몰리, 올리브, 앤초비, 마리네이드 토마토 등이 나오는 플레이트와 당근 생강 수프, 그리고 생선 요리를 주문했다. 메뉴는 동시에 나왔는데, 피스타치오 후무스의 리뷰가 좋아서 먼저 빵에 올려 먹어봤다. 피스타치오의 고소함과 인위적이지 않은 견과류 고유의 달달한 맛, 그리고 고소함까지 더해져 인생 후무스였다. 메뉴 중에 가장 맛있었다. 앤쵸비는 처음 먹어보는데 많이 짜지 않고 고소함이 살아있었다. 비린 맛이 날까 봐 걱정했는데 비리지도 않고 빵과 잘 어울렸다. 과카몰리도 부드럽고 고소해서 맛있었고, 토마토도 달달 상큼해서 맛있었다. 올리브도 하나의 킥이었는데, 직접 만드시는 건지 통조림 올리브의 짭짤한 국물이 아닌 올리브오일에 담겨 나왔고 많이 짜지 않고 적당한 감칠맛이 느껴져 맛있었다. 나의 두 번째 페이보릿 메뉴였다. 생선 구이는 부드럽고 간이 삼삼하고 촉촉해서 맛있었고, 같이 나온 감자튀김도 맛있었다. 당근 생각 수프는 이름만 들었을 때는 이상하게 느껴졌는데 생강 맛이 진하지 않은데 은은하게 나고, 당근도 당!근! 이런 강한 맛이 아닌 은은한데 달달하고 풍미 가득한 맛이라서 맛있었다. 모두가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길을 나서 마을 구경을 시작했다.

여기는 대표적인 관광지를 보기보다는 마을 여기저기를 걸어다니며 구경하기로 했는데, 산속에 있어 풍경이 좋고 한쪽 방향으로는 넓은 바다도 보여 환상의 마을에 와있는 것 같았다. 풍경도 아름답고 집들도 하얀 벽에 문 색이 다 다른데 아기자기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한참을 걸어 구경을 하고 다음 동네로 이동했다.

다음 동네는 네르하였다. 네르하를 다 돌아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유럽의 발코니라고 불리는 곳에 가봤는데, 정말 보자마자 탄성이 나오는 풍경이었다. 탁 트인 넓은 바다가 정말 하나의 거대한 발코니처럼 느껴졌다. 등대나 배 하나 없이 저 멀리까지 바다가 있고, 하늘과 바다가 저 멀리서 닿아 있는데 하나의 장애물도 없이 쭉 펼쳐진 모습이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햇빛도 눈 부시고, 파도도 평화로워서 한참을 행복하게 구경했다. 이쪽 동네는 남쪽이라 그런지 따뜻해서 젤라또를 먹기 딱이었다. 마침 근처에 젤라또 집이 있어 꽤나 긴 기다림 끝에 피스타치오, 레몬, 우유+계피 맛을 주문해 나눠먹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시원하고 달달한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극락이었다. 그렇게 젤라또도 먹으며 산책을 조금 더 하다가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말라가에 도착했다.

말라가에 도착해 호텔에 체크인부터 하고 길을 나섰다. 알카사바라는 성벽이 있어 전망을 구경할 겸 걸어갔다. 가는 길에 엄마가 찾은 츄러스 집이 있어 가봤는데, 4-5유로씩 받고 츄러스를 우수수 주는 다른 집과 다르게 하나에 0.7유로 정도 하는 츄러스를 한 개씩 주문하는 방식이었다. 츄러스와 초콜릿을 주문했는데, 다른 집보다 초콜릿이 진하고 맛있었다. 츄러스도 말랑하고 파삭해서 맛있게 먹었다. 그동안 먹은 츄러스 중에 가장 맛있는 집이었다.

츄러스를 야무지게 먹고 걸어서 알카사바에 도착했다. 8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구글에 나와있어 가봤는데, 알고 보니 6시까지만 해서 들어가지는 못했다. 그래도 주변 길을 따라 걷는 건 가능하다고 해서 성벽을 따라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걷기 시작했을 때가 딱 노을 끝무렵이라 마을과 바다, 그리고 노을이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하늘이 맑은지 별도 정말 많이 보였고, 올라갈수록 예쁜 풍경이 나타났다. 여기는 도시 전체를 볼 수 있는 야경 포인트였다. 아래를 보면 도시와 바다가 있고 위를 보면 별이 쏟아지는 도시라서 멍하니 있어도 행복했다. 내가 도시 전체가 보이는 야경을 좋아해서인지, 스페인에서 본 야경 중 가장 아름다웠다.

그렇게 약간의 등산과 야경 구경을 마친 후 우리는 식당으로 왔다. 말라가가 바닷가라서 내가 전부터 먹고 싶어 한 구운 오징어를 먹기 위해 왔다. 우리는 구운 오징어와 바르셀로나에서 먹고 반한 고추 튀김 그리고 아빠를 위한 앤쵸비를 주문했다. 앤쵸비는 짭짤하면서 식초에 절여서 상큼했다. 여기도 산성인 식초에 넣어서 그런지 비린 맛이 하나도 없었다. 다음으로 먹은 고추 튀김은 여전히 풍미 가득하고 촉촉해서 맛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구운 오징어! 촉촉하고 부드럽고 고소해서 정말 맛있었다. 기대를 많이 했는데, 딱 기대한 그 맛있는 맛이었다. 밑에는 오일 베이스 소스도 있었는데, 찍어먹으니 고소하면서 간도 딱 맞아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나는 화이트 와인을, 엄마와 언니는 맥주를, 아빠는 레몬 맥주를 마셨다. 화이트 와인은 달지 않고 dmatrl이랑 잘 어울렸고, 아빠의 레몬 맥주는 달지 않고 지금껏 마셔본 레몬 맥주 중 가장 상큼하고 맛있었다.

그렇게 배부르게 먹고 귀가해서 라면 1개와 어제 남은 치즈, 코코넛 칩 그리고 과자 조금으로 2차 맥주를 조금 마시고 씻고 이제 자려고 한다. 아주 알차고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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