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행복했던 가족여행의 마무리
오늘은 가족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 아쉬움도 크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매 순간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서 후회는 없는 것 같다. 오늘의 시작은 든든한 아침이다. 알함브라 궁전에 가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아침을 국이랑 밥으로 든든하게 먹었다. 그라나다에서는 아파트형 호텔을 숙소로 했는데,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준비를 해서 집을 나섰다. 걸어가도 버스를 타고 가도 되는데, 알함브라 안에서 계속 걸어야 될 것 같아 버스를 타고 올라갔다. 오디오 투어를 구매해서 들으면서 갔는데, 가이드님의 추천대로 헤네랄리페부터 향했다.
헤네랄리페는 여름 정원이었다. 영어로는 General Life라고 적혀있는데 헤네랄리페라고 읽히는 게 신기했다. 가는 길에도 큰 왕궁처럼 화려하고 정갈하게 설계되어 있는 게 신기했다. 헤네랄리페로 들어가기 전에도 넓고 멋있는 정원이 있어 착착 정리된 나무들과 분수들과 사진도 찍고, 도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도 보면서 걸어갔다. 드디어 헤네랄리페에 들어갔는데, 가자마자 보이는 정원은 규모도 꽤 크고 아름다웠다. 겨울인데도 꽃이 빼곡하게 심어져 있고, 가운데 분수까지 지상낙원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다음으로 위층에 올라갈 수도 있었는데, 그라나다 시내와 다른 궁전들이 보여 멋있었다.
다음으로는 대망의 나스르 궁전으로 향했다. 알함브라 궁전 중 유일하게 입장 시간이 정해져 있고, 엄격하게 검사한다고 해서 기대가 되었다. 가이드님 설명을 같이 들으며 갔는데, 그라나다의 역사뿐만 아니라 이슬람교의 역사, 스페인의 국기 등 배경 지식까지 알 수 있어 흥미롭고 유익했다. 오디오 가이드를 하기 정말 잘한 것 같았다. 잠깐의 줄을 기다리고 입장해 나스르 궁전 투어가 시작되었다.
사자 정원, 대사관 응접실, 두 자매의 방 등 다양한 공간으로 나눠져 있어 순서대로 구경을 시작했다. 황금의 방에서 본 천장도 아름답고, 아라야네스 중정에 갔을 때는 ‘이게 궁전이지’ 싶을 정도로 화려함과 웅장함이 확 와닿았다. 대사의 방에서 가장 신기했던 부분은 섬세한 장치들인데, 대사들이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바닥에 그림과 글을 써놓는다던지, 왕의 뒤에서 후광이 비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왕의 뒤에 큰 창문을 만드는 등 이 작은 공간에 얽힌 얘기들이 재밌었다. 사자의 정원, 왕의 방, 두 자매의 방, 어빙의 방 등등 설명을 들으며 쭉 구경했는데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뷰였다. 그라나다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뒤에 산맥까지 보이는 풍경이 장관이었다.
나스르 궁전에 갔다가 카를로스 5세 궁전을 구경했는데, 나스르에서 너무 큰 임팩트가 있어 소소하게 느껴졌다. 여기는 알함브라에 있는 유명한 건물들 중 유일한 가톨릭 지배 아래서 만들어진 건물이라 독특한 포인트들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알카사바이다. 들어가기 전에 뷰가 끝내주는 야외 카페가 있어 가봤다. 라떼를 주문해 도시 전체가 보이는 뷰포인트에서 따뜻하고 부드럽고 고소한 라떼를 마시니 행복 그 자체였다. 사진도 찍고 힐링도 하다가 마지막 목적지인 알카사바로 향했다. 알카사바는 전망대가 가장 훌륭한 곳이었는데, 도시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도 아름다웠지만 뒤를 돌아 자연을 봤을 때가 절경이었다. 이래서 왕이 되려고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알함브라 방문은 그렇게 끝이 났다.
아침을 먹고 알함브라 관광을 4시간 반 정도 한 우리는 배가 고파져 시내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특이하게 면으로 된 빠에야와 칼라마리, 그리고 대구 요리를 주문했다. 깔라마리부터 나왔는데 겉은 바삭하고 적당히 짭짤하고 속은 부드럽고 촉촉해서 스페인에서 먹은 깔라마리 중 가장 맛있었다. 다음으로는 면으로 된 빠ᆞ에야가 나왔다. 면의 식감에 대한 호불호가 조금 갈려 걱정했는데, 천상의 맛이었다. 면은 얇고 짧은 특이한 면이었는데 짭짤하고 부드러우면서 먹물의 맛과 향도 진하게 나고 특이하면서 맛있는 맛이라서 맛있게 먹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대구 요리는 살짝 말린 대구를 얇은 튀김옷과 함께 튀겨서 토마토소스 위에 올린 요리였다. 토마토소스는 알싸한 마늘 맛이 나면서 뜨끈해서 맛있었고, 대구도 살짝 말려서인지 완전 촉촉하지는 않았지만 식감이 살아있어서 맛있고 소스랑도 잘 어울렸다. 그렇게 스페인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근처 백화점으로 향했다.
백화점을 구경하려 했지만 사고 싶은 게 없어 지하 식품관으로 갔다. 맥주 여러 개와 와인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IIaoIIao에 들러 요거트 아이스크림도 디저트로 먹고 돌아왔다. 그라나다에서 하고 싶은 걸 다 했고, 또 할게 크게 없어서 뭐 할까 고민하면서 잠깐 쉬었다. 알함브라가 메인인 도시라서 이미 봤고, 성당도 끌리지 않아 잠깐 쉬다가 성 니콜라스 전망대로 향했다. 갈 때는 걸어 올라갔는데, 생각보다 언덕이었다. 그렇게 16분 정도 걸어 전망대에 도착했더니 어제의 전망대와는 다르게 사람으로 바글바글했다. 우리도 사진을 남기고 전망대 풍경도 감상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앞에 있던 카페로 들어갔다. 별생각 없이 들어간 카페였는데, 통유리로 알함브라 뷰가 펼쳐졌다. 커피와 맥주를 마시며 잠깐 기다리니 알함브라의 노을과 야경이 펼쳐졌다. 바로 앞에서 보는 알함브라의 노을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설산이 먼저 핑크빛으로 뒤덮이고, 구름이 분홍색이 되는 풍경을 보고 있으니 알함브라의 신비로운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고 환상 같았다. 여유와 행복으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타파스 투어! 투어라고 하기에는 2개만 가지만, 스페인의 마지막 밤인 만큼 타파스를 즐기고 가려고 타파스 바로 향했다. 첫 타파스 바에서는 맥주 1잔과 와인 3잔을 주문했다. 스테이크가 메인인 집이라 이베리코 스테이크도 같이 주문했다. 처음에는 타파스로 고기가 조각조각 나왔는데, 이 고기부터 맛있어서 이베리코가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대망의 이베리코가 나와 한 입 먹어보니 감동 그 자체였다. 돼지고기인데도 촉촉하고 부드럽고 풍미 가득해서 인생 돼지고기였다. 와인도 맛있었는데, 어제 과음을 해서 오늘은 절제했다.
두 번째 타파스 바는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것 같은 해산물 바였다. 처음 2군데를 방문했을 때 줄이 너무 길어 포기하려다 마지막으로 한 군데를 더 방문했고, 10분 정도 기다린 후 들어갈 수 있었다. 해산물 튀김이 주로 타파스로 나온다고 해서 맥주 2잔과 와인 2잔을 주문했다. 타파스로는 작은 새우튀김이 나왔는데, 먹다 보니 너무 맛있어 모둠 해산물 튀김을 추가로 주문했다. 모둠 튀김은 작은 사이즈를 주문했는데도 양이 많았고, 앤쵸비나 새우, 생선 등 다양하게 나와서 먹기 좋았다. 갓 튀긴 해산물의 맛은 감동 그 자체였고, 맥주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배부르게 먹고 집으로 돌아와 라면 1개로 해장하고, 짐을 정리하고 잠에 들었다. 벌써 가족여행의 마지막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꿈처럼 행복한 열흘을 보냈다. 내일부터는 언니랑 둘이 여행을 하는데, 이제 슬 여행이 끝나가는 게 실감이 되면서 아쉽다. 남은 여행도 야무지게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