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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Kim Jul 27. 2020

15. 회사에서도 영원한 적과 친구는 없다.

     회사에 첫발을 내딛던 날의 공기가 아직도 생생하다. 경쾌한 배경 음악이 깔리는 드라마 속 활기찬 분위기까지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숨 막히는 정적이 흐르던 월요일 아침 사무실 분위기는 말 그대로 회색 콘크리트 그 자체였다. 회색 파티션 너머로 언뜻 보이는 직원들은 무미건조한 얼굴로 대화도 없이 굳어있었다. 어차피 같이 일하는 거면 서로 웃으면서 일할 수는 없는지 궁금했던 세상 물정 모르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배들이 왜 그런 표정으로 일하고 있었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회사 내 인간관계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복잡하다. 무엇보다도 생각보다 업무 태도가 무례한 사람이 많다. 나는 상식적으로 대했는데 왜 상대방은 저따위 태도로 구는지 도통 내가 살아온 세계관에서는 이해하려야 할 수 없는 일들이 꽤 많았다. 상사의 화풀이부터 선배의 비아냥과 떠넘기기, 협업 부서의 무책임함, 관공서의 갑질, 후배의 하극상까지. 주변에서는 회사는 원래 그런 곳이니 그 안에서는 기대를 버리라고 했다. 상식적인 상호작용을 기대할수록 상처만 커지기 마련이니 나도 당한 대로 똑같이 행동하면 된다고 했다. 무미건조한 얼굴로 다른 사람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문책당하지 않을 정도만 일하라는 그 조언이 현실적이긴 했지만, 나는 내가 경멸하던 사람들과 똑같아져야 한다는 그 조언을 차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그런 쪽으로는 미련한 나는 내가 욕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어느새 과장을 달고 있는 지금까지도 나는 회사에서도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업무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하고 있다. 내 태도에 감동한 상대방이 나를 더 많이 도와주거나 무례했던 사람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서서히 변해가면서 관계가 개선될 때는 생각보다 뿌듯하다.


   업무 외적으로도 맺게 되는 인간관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게 되다 보니 가깝게 지내는 동료끼리는 속마음도 터놓기 마련인데, 나 역시 친한 선배나 동료들과 사내에서 겪은 억울한 상황에 대해 서로 하소연을 주고받는다. 험담으로 볼 수도 있는 이 하소연이 물론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상식 밖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회사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하소연이라도 해야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렸던 것 같다.  그러나 이 하소연이 뒷말로 돌고 돌거나 들키는 순간 등 뒤에 비수가 꽂히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주변에서 험담 때문에 싸움이 일어나는 경우도 목격했고, 나 역시도 곤란했던 적이 있었다. 가까웠던 직원과 사이가 틀어질 때 그동안 서로 주고받은 하소연 때문에 민망했던 적도 있었고 상사에 대해 욕하던 내용을 상사에게 들켜버려 등꼴이 오싹했던 적도 있었다.


  결국 회사 내 인간관계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진리로 요약되는 것 같다. 업무 성과만큼 회사 내 인간 관계도 언제 어디서 어떤 관계로 누구와 인연을 맺게 될지 모르는 만큼 어디서든 당당해질 수 있도록 현명하게 대처해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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