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숙제를 마치고, 새로운 숙제를 시작합니다.

<매주 꾸준히 해보는 영어 글짓기>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by 정숙진

"엄마가 브런치에서 매일 200 단어씩 영어 글짓기하라고 했잖아요"


지난 여름방학 때 아들이 제게 던진 말입니다. 학원에 가지 않는 아들은 계획표에 따라 과목별로 문제집을 조금씩 푸는 것이 유일한 공부입니다. 취침 시간도 밤 9시를 넘기지 않고요. 그런데 과학과 수학은 "이제 그만 하고 가서 쉬어라"고 해도 계속 붙들고 있을 정도로 아들이 좋아하면서, 다른 과목에서는 어떻게든 최소 공부 할당량만 채우고자 머리를 쓰더군요. 그 최소 할당량마저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면서 말이죠.


방학 동안 영어 공부라고 해놓은 것이 터무니없이 양이 작아서 제가 따졌더니 아들이 앞서 나온 말을 하더라고요. 학기 중에 공부한 셰익스피어 작품을 직접 분석하며 매일 200 단어씩 적었으니 충분하지 않냐고. 그 200자의 기준이 엄마의 브런치에 나온 설명이죠. 제 브런치에 가족 이야기가 많다 보니 아들에게 엄마 글을 읽어보게 하거든요. 한글 공부도 되면서 말이죠.


"아들아, 엄마 브런치를 읽는 이모, 삼촌들은 엄마처럼 바쁘게 살면서 영어 공부도 하는 사람들이야. 너처럼 영국에 살면서 매일 영어 쓰고 영어로 학교 다니는 학생이 아니잖아"


제 브런치에 신경 쓰는 사람이 집에 또 있습니다.


남편은 제 브런치 글이 나올 때마다 가장 먼저 좋아요를 누르려 기를 쓰던 사람입니다. 글을 새로 올릴 때마다 자기에게 꼭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글을 올리는 순간 제일 먼저 접속해서 좋아요 일등을 기록하겠다는 거죠. 제가 그런 서비스까지 해가며 구독자를 관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좋아요 눌러주면 감사하지만, 읽지도 않고 먼저 누르는 건 사양한다고 했지요. 남편의 요구를 무시했더니, 요즘 남편은 시간 날 때 글을 읽고 좋아요 누르기로 작전을 바꾸더군요.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어요. 다른 브런치 글은 일주일 내에 읽으면서 영어 글짓기 글에서 점차 남편의 좋아요가 뜸해지더군요. 왜 그러냐 물었더니 영어 글을 읽을 때마다 자기는 '머릿속 글짓기 (-> 어떻게 하는 건지?)'를 하는데 요즘 바빠서 못하고 있다고, 그래서 제대로 글짓기가 가능해지면 그때 좋아요 누른데요.


다른 분들은 저희 집 남자들처럼 부담 갖지 않고 혹은 이상한 핑곗거리로 활용하지 말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글에 신경 쓰는 사람을 한 명 더 소개하지요...바로 접니다.


매일 영어로 일하면서도 새로운 단어와 표현을 익히고 직접 글로 써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싶어 고민하다가 이 브런치 시리즈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게 벌써 스무 회째나 되었네요.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 덕택에 영어 글짓기를 거의^^ 빠짐없이 매주 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주부터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됩니다.


내용 구성으로 보면 지금껏 해온 시리즈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주제 1 - 유명 작가의 작품에서 발췌한 글을 이어서 적기

주제 2 - 영어 글짓기 책에서 찾아낸 주제문에 따라 글을 적기


다만, 이번 시리즈부터 한글 해석을 달지 않습니다.


해석을 없애는 이유는

1. 해석이 오히려 영어 글짓기에 방해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요. 비디오에 자막이 있으면 듣기에 집중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2.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번역본은 작품 초반부에만 한정되어 있어서 제가 인용하고 싶었던 유명 글귀와 닿지 않아요. 책 곳곳에 주옥같은 문장이 나오는데 단순히 초반부만 내놓기 안타깝지요.

3. 직업이 번역가이니 뚝딱 번역해버리면 되겠지, 할 수도 있는데, 주제 2는 지금껏 제가 번역해 올렸는데 매주 하다 보니 시간도 많이 소요되지만, 주제 1에 나온 책처럼 다른 번역가가 작업해 놓은 작품에는 손대고 싶지도 않더군요.


* 한글 해석이 없어 내용 이해가 어렵다면, 영어 글짓기가 아닌 독해 공부에 활용해보세요. 훌륭한 글을 반복해 읽는 것만으로도 글짓기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잖아요.


그럼 다음 주부터 새 시리즈 시작하겠습니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Mike Tinnion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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