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도와 콘돔이 등장했다는 아들의 수업 시간

해외에서 성장하는 아이

by 정숙진

“오늘 학교에서 고글을 쓰고 딜도에 콘돔 씌우는 게임을 했어요.”


이날도 아들은 흥미진진하게 학교 생활을 하고 온 모양이다. 9학년 (한국의 중3에 해당)이 되고부터 아주 흥미로운 과목을 배우기 시작한 아들이다. 2주에 한 번씩 하는 PSHE 수업이 바로 그 대상이다.


사전에서 PSHE를 검색하면 Personal Social and Health Education의 약자라고 나온다. 하지만 실제 잉글랜드 중등학교의 교과목인 PSHE는 Personal, Social, Health and Economic의 약자이다. 영국인도 E의 존재를 헷갈려한다. 신생 과목이니 어쩔 수 없다. 아들마저도 마지막 E가 Education 아니었냐고 반문한다 (아들, 다시 찾아보길).


4개의 각 단어가 PSHE 과목의 핵심 교육 내용이다. 말 그대로 사람과 사회, 건강, 경제를 공부한다. 입시 준비 말고도 올바른 인간이 되기 위한 진정한 인생 공부며,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었을 때를 대비한다.


인간관계와 마약, 술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마지막 E가 암시하듯 금융 거래, 저축, 카드 사용 등 기본 경제 개념도 배운다. 단순히 설명만 듣는 것이 아니라 비디오를 보면서 이해를 돕고, 토론과 게임도 한다. 기존의 교과목에서 다루지 못하고, 부모 세대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금기시하던 성윤리 (섹스, 성폭력)와 알코올 중독, 마약은 물론 생활 속 경제 상식까지 다룬다. 청소년이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이면서 시험이나 성적, 발표, 숙제 등의 부담은 없다.


우리 가족은 저녁식사 시간마다, “오늘 학교에서~~”라고 시작되는 아들의 학교 브리핑을 듣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초딩 버전부터 들어왔다. 한동안 이 PSHE 수업이 있던 날의 브리핑 덕택에 저녁 시간이 기대되었다. 10대 청소년이 부모에게 들려주기에는 민망한 내용이 많지만, 당사자가 민망해하거나 말거나, 우리 부부는 평소보다 귀를 쫑긋 세워 경청하고 질문도 열심히 했다. 아쉽게도 2주에 한 번밖에 없는 수업이라네.


딜도와 콘돔이 등장한 날도 이런 수업 중의 하나다.


아들은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최대한 무덤덤한 목소리로 진행했지만, 딜도와 콘돔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기가 찰 정도로 드라마틱한데 고글까지 쓰다니. 참고로, 이 고글은 Drunk Goggles 혹은 Drunk Buster Goggles라고도 불리는 제품으로 한국에서도 판매되는 ‘음주 체험 고글’이다. 음주 후 시야와 판단이 흐려지는 상황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고글이다. 과도한 음주가 사람의 행동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가르치기 위해 교육 현장에 많이 활용된다.


JS30660261-6519620.jpg '음주 체험 고글'을 쓰고 수업을 받는 학생들, Hinkley and Bosworth Borough Council



학교에서 이런 고글을 쓰고 누가 더 빨리 콘돔을 씌우는지 경기를 한다고? 그것도 딜도를 가지고?


PSHE는 잉글랜드의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명이고 스코틀랜드를 비롯한 그 외 지역은 조금씩 다른 이름과 주제로 공부한다. 2000년대 이후 생겨난 신생 과목이라 대부분의 학부모에게는 생소하다. 특히나 딜도와 콘돔이 등장하는 내용에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



영국의 초등학생과 성교육


딜도와 콘돔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수위가 높은 내용의 성교육을 이미 초등학교에서 받는다. 학교마다 진행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존 세대와는 다른 교육 방식에 거부감을 가지는 이를 위해 학부모 설명회도 가진다.


제 책에 실린 글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영국의 초등학생은 뭘 입고 학교에 가나요?